이날 대부분 교회에선 찬양소리가 울렸습니다. 성탄발표회를 열고 합창 워십 뮤지컬 연극 등으로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했습니다. 지난해 강원도 원주의 상가 지하에 교회를 개척한 한 목사님은 이런 모습이 부러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빗댔습니다.
“부모님 생신에 부잣집 아이는 풍성하게 잔치를 여는데 가난한 집 자식은 그러지 못해 아쉬워하는 심정이 이런 것 아닐까요.”
이 목사님은 10여년 동안 중형교회에서 전도사와 교육목사로 섬겼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성탄발표회를 하며 성탄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교인들이 어르신 8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발표회를 할 여건이 안 돼 이번 성탄절에는 케이크를 자르는 걸로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했습니다.
목사다보니 지인들에게 “성탄절 준비하느라 바쁘시죠?”라는 인사말도 자주 듣습니다. 그럴 때마다 “개척교회라 별로 바쁘지 않아요”라고 답변하며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답니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탄발표회 사진이 올라오는 것만 봐도 부러운 마음이 든다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성탄발표회를 준비하며 힘들다고 투덜댔는데 지금은 그때가 그립답니다.
“아직 성숙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지만 아마 이런 생각을 하는 개척교회 목사들은 비단 이 분만은 아닐 겁니다. 이런 심정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었더니 댓글이 주루룩 달렸습니다. 이 중엔 ‘같은 마음 가진 사람이 여기도 있습니다.’ ‘여기도 손! 열심히 해서 우리도 내년엔 파이팅!’이란 댓글도 있었습니다.
비싼 선물을 드리지 못하는 자식의 마음, 아마 부모님들은 선물보다 그 마음을 더 기쁘게 받으시지 않으실까요. 내년 성탄절 때는 이런 작은 교회들과 함께 성탄 잔치를 함께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늦었지만 개척교회 목사님들과 함께 성탄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