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8명이 전부, 성탄행사 부럽” 개척교회 한숨

입력 2016-12-26 17:22
성탄절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밤, 분명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신 기쁘고 뜻 깊은 날이지만 그분은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졌다고 했습니다. 어느 개척교회 목사님의 이야기입니다.


이날 대부분 교회에선 찬양소리가 울렸습니다. 성탄발표회를 열고 합창 워십 뮤지컬 연극 등으로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했습니다. 지난해 강원도 원주의 상가 지하에 교회를 개척한 한 목사님은 이런 모습이 부러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빗댔습니다.

“부모님 생신에 부잣집 아이는 풍성하게 잔치를 여는데 가난한 집 자식은 그러지 못해 아쉬워하는 심정이 이런 것 아닐까요.”

이 목사님은 10여년 동안 중형교회에서 전도사와 교육목사로 섬겼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성탄발표회를 하며 성탄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교인들이 어르신 8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발표회를 할 여건이 안 돼 이번 성탄절에는 케이크를 자르는 걸로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했습니다.

목사다보니 지인들에게 “성탄절 준비하느라 바쁘시죠?”라는 인사말도 자주 듣습니다. 그럴 때마다 “개척교회라 별로 바쁘지 않아요”라고 답변하며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답니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탄발표회 사진이 올라오는 것만 봐도 부러운 마음이 든다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성탄발표회를 준비하며 힘들다고 투덜댔는데 지금은 그때가 그립답니다.

“아직 성숙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지만 아마 이런 생각을 하는 개척교회 목사들은 비단 이 분만은 아닐 겁니다. 이런 심정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었더니 댓글이 주루룩 달렸습니다. 이 중엔 ‘같은 마음 가진 사람이 여기도 있습니다.’ ‘여기도 손! 열심히 해서 우리도 내년엔 파이팅!’이란 댓글도 있었습니다.

비싼 선물을 드리지 못하는 자식의 마음, 아마 부모님들은 선물보다 그 마음을 더 기쁘게 받으시지 않으실까요. 내년 성탄절 때는 이런 작은 교회들과 함께 성탄 잔치를 함께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늦었지만 개척교회 목사님들과 함께 성탄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