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 곤충으로 만든 환자식이 수술 환자의 회복을 돕는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곤충식품의 환자식 적용 가능성을 살핀 국내 첫 연구여서 주목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팀과 외과팀은 수술 환자들에게 환자식으로 곤충식품을 제공한 결과 일반 환자식 섭취군에 비해 높은 열량과 단백질을 섭취하는 등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올해 3~9월 병원을 찾은 위장관 수술 환자 34명(90%가 암환자)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고소애(고소한 애벌레라는 뜻을 가짐. 갈색거저리 밀웜)'로 만든 환자식 그룹(20명)과 기존 환자식 그룹(14명)을 8.4~11.2일간 제공했다.
두 그룹의 열량, 영양소 섭취량을 비교한 결과, 곤충 식품 섭취 환자의 경우 하루 평균 965kcal로 기존 환자식 섭취 그룹(667kcal)보다 300kcal 가량 많았다. 또 단백질 섭취량에서도 곤충식 환자들이 평균 38.8g으로 대조군 그룹(24.5g)보다 1.5배 이상 많게 나타났다. 지방도 각각 27.9g과 12.5g으로 많은 차이를 나타냈다.
곤충식의 효과는 수술 후 환자들의 체성분 분석 결과에서도 뚜렷이 확인됐다. 곤충식 환자들은 수술후 체중 손실이 -1.0%, 대조군 환자들은 -2.7%로 곤충식을 먹은 환자들이 체중 손실이 덜 한 걸로 나타났다. 주로 골격과 근육으로 구성된 제지방량은 곤충식 환자에서 1.4% 증가한 반면, 대조군 환자에서는 오히려 3.5% 감소했다.
이번 실험에 사용된 곤충식품 갈색거저리는 국내 식용 1호 곤충으로 단백질 함량이 풍부하고 필수아미노산 조성이 좋으며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풍부해 환자식으로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박준성 교수는 "수술 환자에게 단백질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은 상처 회복, 면역력 보강, 제지방 유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형미 영양팀장도 "수술 후 환자의 빠른 회복을 위해 식사 섭취가 중요하며 특히 열량과 단백질을 요구량 대비 80% 이상 섭취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식사 구성 및 영양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