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여덟의 삶으로 생을 마감한 윤동주 시인은 어찌 그리 영혼이 맑았을까.
서른셋의 공생애를 살다간 예수는 어찌 그리 죽음으로 우리를 사랑하셨을까.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찌 그리 영혼과 사랑을 알지 못할까.
또 나는 어찌 그리 죄짓고 회개하는 일을 반복할까.
우리는 거울에 구리빛 이끼도 끼지 않았는데 왜 이리도 욕될까.
詩 참회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滿)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전정희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