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곽금연(
오른쪽) 교수 연구팀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건강검진 수진자 2만6540명을 대상으로 지방간과 대장용종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비알코올성지방간 진단자의 경우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대장용종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란 알코올 섭취(남자는 일주일에 소주 3병이상 음주, 여자는 일주일에 소주 2병 이상 음주) 없이 지방간이 생기는 경우를 말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들은 과체중이나 복부비만,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사성 질환의 위험요인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복부초음파 검사상 비알코올성지방간이 발견된 사람은 모두 9501명이었다. 또 이들 중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대장용종이 발견된 사람은 총 3608명(38%)이었다. 심지어 대장암을 포함한 진행성 대장용종이 발견된 환자도 263명(2.8%)에 달했다.
반면, 비알코올성지방간이 없었던 수진자 1만7039명 중에서 대장용종과 진행성 대장용종이 확인된 경우는 각각 28.9%(4921명)와 1.9%(325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비알코성지방간 진단자에 비해 대장용종은 9.1% 포인트, 대장암 등 진행성 대장용종은 9% 포인트가 낮은 발생률을 보인 셈이다.
연구팀은 전체 건강검진 수진자들을 나이, 성별, 흡연력, 음주력, 비만도, 대장암 가족력, 각종 대사성 질환 등 대장용종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요인들을 모두 보정해서 두 집단 사이의 대장용종 발생률을 재조사했다.
그 결과 비알코올성지방간이 있을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대장용종 및 진행성 대장용종의 상대적 위험도가 각각 1.1배, 1.21배에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비알코올성지방간 중에서도 간섬유화 정도가 심한 경우엔 대장용종 및 진행성 대장용종 발생 위험도가 더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즉, 비알코올성지방간 간섬유화 점수가 -1.455 이상인 그룹의 경우 그 미만인 그룹에 비해 대장용종 및 진행성 대장용종의 상대위험도가 각각 1.66배와 2.26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비알코올성지방간이 간섬유화 단계로 이행될 때 염증성 싸이토카인을 활성화하고 인슐린, 혹은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분비를 촉진해 대장용종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추정했다.
손희정 교수는 “건강검진 등에서 비알코올성지방간이 확인되는 시점에는 이미 대장용종도 뿌리를 내린 상태이기 쉽다”며 “지방간은 간 뿐만 아니라 대장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 있는 위험요인이란 사실이 확인된 만큼 지방간을 부르는 고지방음식 섭취를 제한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간기능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영양약물학과 치료(Alimentary Pharmacology and Therapeutics)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