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0·구속기소)씨 등의 국정농단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집, 문체부에 대해서도 압수수색했다.
특검 관계자는 23일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청와대가 작성하고 문화체육부가 이를 관리했다는 여러 증언과 자료, 고발 내용을 확보했다”며 “이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김 전 실장과 조 장관 및 관련 부처인 문체부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2014~2015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 명단은 문화계 인사들을 크게 네 부류로 나누고 있다. 지난해 5월 1일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에 서명한 문화인 594명, 2014년 6월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한 문학인 754명,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에 참여한 예술인 6517명, 2014년 서울시장 선거 때 ‘박원순 후보 지지 선언’에 참여한 1608명이다.
블랙리스트 표지 뒤에는 9473명의 구체적 명단이 리스트로 붙어 있었고, 이 때문에 이 문건은 A4용지로 100장이 넘어가는 두꺼운 분량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실제로 이 자료가 작성된 시점 이후 예술계 곳곳에서 검열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대본 공모 지원, 우수작품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박근형 연출의 작품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지원금 포기 종용을 받았다는 폭로가 나왔고, 이윤택 연출가의 희곡 ‘꽃을 바치는 시간’이 심사 1위를 받고서도 지원작 선정에서 탈락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