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이 규정한 수사 대상은 14개로 정해져 있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을 추가 수사할 수 있어 그 범위와 대상은 탄력적이다. 현재까지 특검팀에는 10여건의 정식 고발장이 접수됐다. 특검팀 검토 결과 이중 6~7건이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이 수사 중인 내용과 관련성이 있다는 뜻이다.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는 국가정보원의 양승태 대법원장과 고위법관 등에 대한 사찰 의혹을 수사해 달라며 23일 특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장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남재준 전 국정원장 등 3명이 피고발인으로 적시됐다. 앞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에 출석해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과 부장판사 이상의 사법부에 대한 사찰을 했다”며 관련 문건 내용을 폭로했다.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은 22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직권남용 혐의로, 김장수 주중 대사를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각각 특검에 고발했다. 황 권한대행은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했던 해경 123정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려는 검찰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대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안보실장으로서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외에 민주노총은 21일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을 업무상 배임죄의 공동정범으로 특검에 고발했다.
국회에서 진행 중인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위증을 한 증인들에 대한 특위 차원의 특검 고발도 예고돼 있다.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은 “26일 마지막 청문회가 끝나고 나면 위증한 증인들에 대한 분류 작업에 들어가 모두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선진료 의혹 당사자인 김영재 원장,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최순실씨 테블릿PC 관련 위증 교사 의혹 등이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쏟아지는 새로운 의혹들 중 일부는 국정농단 진상파악을 위해 특검팀이 손을 대야하는 분야로 평가된다. 특검팀도 여러 고발 건을 면밀히 살피며 수사대상 포함 여부를 결정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문제는 한정된 시간과 인력 그리고 수사기간 연장의 키를 쥔 황 권한대행이다. 특검은 1차 수사기간이 마무리 된 이후 수사상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30일간 수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수사기간 연장 권한을 쥔 황 권한대행이 고발 당자사라는 점에서 연장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검팀 내부에서도 ‘이런저런 의혹에 모두 손을 대다가는 정작 핵심 수사 사항에 집중하지 못한 채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특검을 만능 해결사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현실적으로 특검이 국정농단 관련 제기되는 모든 의혹을 들여다 볼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