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네 번째 맞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관저로 찾아온 일부 참모들과 케익을 함께 먹으며 담소를 나눴던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청와대에 따르면 김현숙 고용복지수석 등 일부 참모는 성탄 전야인 24일 저녁 케익을 준비해 관저를 찾아 박 대통령과 다과를 함께 했다. 성탄절을 앞두고 박 대통령에게 케익을 선물하자는 것은 김 수석의 아이디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들이 관저를 방문한 시각 서울 도심에서는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9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었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순실씨와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을 소환조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체적인 대화 분위기는 가라앉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홀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고, 때가 때인 만큼 위로를 해드리자는 의미에서 크리스마스 케익을 갖고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민생을 걱정하면서 "연말연초에 일이 많으니까 국정을 잘 챙겨달라"며 "불우이웃 등 어려운 분들이 힘들지 않은 겨울을 보내도록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성탄절 당일에도 별다른 일정 없이 조용한 하루를 보낼 예정이다. 일부 참모와 변호인단을 만난 것 외에는 외부 인사 접촉 없이 크리스마스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한광옥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은 9주째 주말 출근해 비상 대기한 상태에서 성탄 전야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성탄절에는 아동양육시설을 찾아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했으며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중·동부전선 최전방 을지부대를 찾아 안보태세 점검에 나섰다. 2014년에도 성탄 전날 최전방 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하려 했다가 기상 문제로 취소됐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경기 연천군 전방부대인 28사단을 찾아 장병들을 격려했다. 그러나 올해 성탄절에는 국회의 탄핵소추에 따라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수행이 불가능해진데다 촛불민심에 따른 부담 때문에 외부 일정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 때마다 남기던 성탄절 축하 메시지도 게시하지 않았다. 2014년에는 페이스북에 직접 수놓은 자수가 인쇄된 연하장 사진을 올렸고 지난해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로부터 받은 메일을 공개했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