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23만 달러 (약 2억8000만원)를 제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유력 대선후보인 반 총장의 내년 1월 귀국을 앞두고 나온 비리 의혹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사저널은 24일 복수의 인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반기문 총장이 2005년 외교부 장관 시절 20만 달러,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07년에 3만 달러 정도를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박 회장과 가까운 지인이 2005년 5월 베트남 외교장관이 방한했을 당시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에서 열린 반기문 장관 주최 환영 만찬이 열리기 직전 박 회장이 반 장관에게 거액을 줬다는 증언했다고 전했다. 당시 박 회장은 베트남 명예 총역사 자격으로 이 만찬에 참석했다고 한다.
시사저널은 이 같은 증언은 사정 당국 쪽에서도 나왔다고 주장했다. 사정 당국 핵심인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주자로 나오면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상당히 험난할 것”이라며 돈문제를 거론했다고 한다. 이어 그는 “반 총장이 외교부 장관 시절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며 “분명한 팩트”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반 총장이 박 회장의 돈을 한번만 받은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 회장 지인이 “2007년 1월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박 회장이 뉴욕의 한 식당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취임 축하 선물로 3만 달러를 주라고 했다”며 “실제로 반 총장에게 돈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시사저널은 박 회장이 반 총장에게 금품을 전달한 의혹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했던 대검 중수부에서도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중수부가 이 같은 의혹을 덮었다고 주장했다.
반 총장 측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시사저널에 "이러한 주장이 너무나 황당무계하여 일고의 가치도 없다. 평생을 국내외에서 공직자로 생활하면서 도리에 어긋남 없이 올바르게 살아왔다"는 답변서를 보냈다.
박 회장 측도 이런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회장은 시사저널에 보낸 답변서에서 "돈을 건넨 적이 없다. 수많은 인원이 모이는 이런 만찬석상에 1시간 정도 일찍 갈 수도 없는 것이고 이런 자리에서 그런 현찰을 줬다는 내용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