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흔들었던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의 심문 장면이 화제다. 검사 출신다운 카리스마에 “영화를 보는 듯 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김 의원은 22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조특위 5차 청문회에서 우 전 수석과 팽팽한 심리전을 펼쳤다. 청문회가 막바지로 접어든 시각, 김 의원은 느릿한 말투로 핵심을 짚으며 우 전 수석을 몰아세웠다. 누가봐도 취조하는 검사의 자세였다.
“기흥CC 직원들은 최순실씨가 증인 장모 골프장에 열심히 다녔다 얘기하고 있고. 최씨는 독일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사무실에 압수수색을 내일 나올 것을 훤히 알고 한국에 전화해서 ‘컴퓨터 부셔라, 하드디스크 망치로 부숴라, 그래야 복구가 불가능하다’ 그런 지시를 원격으로 내리고 있고. 그런데 증인은 최순실도 모르고. 검찰 정보가 어떻게 샜는지도 모르고.”
“최순실은 검찰에서 압수수색 나온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궁금해서 여쭤보는거에요. 대통령이 알려줬을까? 말씀해보세요.”
우 전 수석은 김 의원의 질문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한숨을 쉬고 의자에 삐딱하게 기대 앉으며 “알지 못합니다”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이에 김성태 위원장이 “우병우 증인 자꾸 그렇게 불량하게 (답변)하실 겁니까”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날 김 의원은 우 전 민정수석의 장모 김장자 회장이 운영하는 기흥CC 골프장 소속 종업원의 진술을 공개했다. “우병우를 최순실이 꽂아줬다” “우병우는 최순실 거 다 막아주고, 골프장 밖에서 상하관계다” 등의 내용이 담긴 녹취였다. 우 전 수석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 의원은 우 전 수석이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자 “이걸 계기로 국민들에게 얘기 드리고 싶다. 저도 검찰 출신이긴 하지만 이런 썩어빠진 검찰 때문에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와 있는 거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네티즌들은 청문회 마지막에 결정적 장면이 나왔다며 “조금이나마 속이 시원해졌다”고 말했다. “검찰이 피의자 조사를 저렇게 하는구나, 깨달았다” “영화 ‘내부자들’ 저리가라다.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실제 검사의 카리스마였다”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한편 김 의원은 23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5차 청문회에 대해 “순간 검사모드가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김 의원은 또 “국세청, 국정원, 검찰, 경찰에서 올라오는 모든 정보가 모이는 곳이 민정수석실인데. 그 자리에 있었던 우병우가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다고요?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라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