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재단이사회 끝내 파행

입력 2016-12-23 11:14
총신대 재단이사회가 소집된 22일 서울 총신대 종합관 2층 로비.

2년여의 공전을 끝내고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총신대 재단이사회(이사장 직무대행 안명환 목사)가 22일 정족수 부족으로 개회되지 못하면서 결국 파행을 맞았다. 

교육부는 지난달 총신대에 3차 계고장을 보내 재단이사회 정상화 마감시한을 오는 27일로 통보했다. 사립학교법 제20조에 따라 27일까지 후임 이사를 선임하고 교육부에 임원취임승인을 신청하라는 것이 요구사항이었다.

사실상 신임 재단이사 선임을 위한 마지막 기회였던 이날 재단이사회를 위해 그동안 갈등을 빚어왔던 총회와 총신대측 주요 관계자들이 꾸준히 합의점을 모색해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더욱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수차례에 걸쳐 개회 정족수인 8명을 채우지 못해 무산됐던 이사회에 몇 명의 이사가 참석할지 관심이 쏠렸지만 결국 1명이 부족했다.
총신대 재단이사 6명이 22일 소집된 재단이사회 현장에서 함께 기도하고 있다.

개회 예정시간이었던 오후 2시를 넘겼지만 서울 동작구 총신대 재단이사회 회의실엔 6명 뿐이었다. 교통상황 등을 고려해 예배와 티타임 시간을 가지며 다른 이사들의 도착을 기다렸지만 추가로 참석한 이사는 1명 뿐이었다.
안명환 총신대 재단이사장 직무대행이 이사회의장을 나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후 2시 25분. 안명환 직무대행이 결국 정족수 미달을 선언하며 회의장을 나섰다. 안 직무대행은 “마지막 기회였던만큼 이사회가 꼭 개회되길 바랐는데 아쉽다. 새로 이사회가 조직되면 나는 학교를 떠난다.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입장도 밝히고 김영우 총장의 결단까지 촉구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며 자리를 떠났다.
김선규 예장합동 총회장이 총신대 재단이사회실에서 개회되지 못한 이사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현장엔 김선규 예장합동 총회장, 박무용, 백남선 전 총회장도 참석해 진행상황을 살폈다. 안 직무대행이 회의장을 떠난 뒤 기자회견을 자청한 김 총회장은 “오늘만큼은 이사회가 잘 진행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돼 대단히 유감”이라며 입장을 전했다. 이어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더라도 사안의 중대함을 고려해 이사들이 자리를 지키며 의논을 하고, 불참한 이사들을 찾아가 대화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회의가 무산돼 마음이 아프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또 “안 직무대행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회의장을 이탈하는 모습을 보니 그 진정성에 의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 이사는 “27일까지 교육부에 임원취임승인 신청을 하지 못하면 임시이사(관선이사)가 파견될텐데 이는 하나님께 부끄러운 일이자 학생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총회 임원, 총신대 재단이사 누구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병중에 있는 이사가 있다면 병원으로 찾아가서라도 오늘 안에 이사회를 개회하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총신대 교수 및 학생 100여명이 종합관 1층 로비에서 '김영우 총장 즉각퇴진' 등을 촉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한편 이사 중 한 명으로 이날 참석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던 김영우 총신대 총장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총신대 종합관 1층 로비와 재단이사회 회의장 앞엔 방학 기간임에도 학생과 교수 100여명이 ‘김 총장의 즉각퇴진’과 ‘일부 재단이사들의 재임 반대’를 호소하며 시위를 펼쳤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