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급 경찰이 교통법규 위반 운전자의 범칙금을 대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3일 뉴시스 취재 결과 강원 강릉경찰서 교통관리계 팀장인 최모 경위는 지난 7월21일 강릉경찰서 인근 강릉농협 포남지점에서 김성진(44·가명)씨의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3만원)을 대납했다.
김씨는 전날(7월20일) 오후 2시14분에 강릉시 성산면 용봉자동차 앞 성산삼거리에서 신호 위반으로 단속됐다.
김씨가 단속 경찰관에게 "신호 위반을 하지 않았다"고 강력하게 항의하자, 이 경찰관은 좌석 안전띠 미착용으로 범칙금 납부 통고서를 발부했다.
신호 위반은 범칙금 6만원에 벌점 15점이지만 안전띠 미착용은 벌점 없이 범칙금 3만원이라서 운전자와의 합의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위반 사실을 변경해줬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이상한 행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김씨는 이른바 딱지를 떼였다는 데 분이 풀리지 않아 강릉경찰서 교통관리계에 전화를 걸어 다시 한 번 항의했다.
이에 단속 경찰관들의 소속 팀장인 최 경위는 김씨에게 "'경찰서로 오지 말고 강릉시 송정동의 경찰수련원에서 만나자'고 해 만난 뒤에 '범칙금을 대신 납부해줄테니 더 이상 항의하지 말아달라'고 제안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김씨는 단속 당일에 자신을 포함 4명의 운전자가 교통법규 위반으로 적발이 됐고, 자신만 경찰에게 항의했다고 했다.
경찰에게 항의한 김씨는 결국 범칙금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나머지 운전자들은 신호위반 6만원과 벌점 15점의 행정 형벌을 받았다.
경찰의 단속에 순응한 운전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는 점에서 경찰의 무리한 단속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최 경위는 "보통 민원이 발생되면 적절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도 방법이잖아요. 우리도 약간 번거로우니까 돈만 내면 되니까 대신 내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그 이후에 그곳에서 끊임없이 민원이 제기되고 해서 무리한 단속보다는 계도 계몽이 낫겠다고 해서 (교통법규 위반 단속을)안 했다"고 말했다.
장신중 전 강릉경찰서장은 "(성산삼거리처럼 교통신호 체계가 어지러운)그런 곳에서는 단속을 안 하는 게 낫다"면서 "성과주의 제도가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선 서장들이 성과주의 탓에 단속 건수를 헤아릴 수밖에 없고 하니 무리한 단속으로 직원들이 내몰릴 수밖에 없어 가장 단속을 하기 쉬운 곳이나 헷갈리는 곳에서 단속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범칙금을 잘못 부과한 경우는 6000건으로 최근 4년 사이 잘못 부과한 사례가 2배 이상 늘었으며, 금액으로는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범칙금 대납한 이상한 경찰…무리한 단속 인정
입력 2016-12-23 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