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의 몰락…사채 빚에 브로커 포섭하고 의뢰인 돈 횡령

입력 2016-12-22 17:39
사채 빚에 쪼들리던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가 법조 브로커와 공모해 불법 수임·알선을 일삼고 의뢰인의 돈에도 손을 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심우정)는 변호사법위반과 횡령 혐의로 한모(58) 변호사를 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한 변호사는 20여년 간 법관으로 재직하다 2008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퇴직했다. 이후 대형 로펌에서 활동할 때 비상장주식 및 건설 시행사업 등에 투자했다가 100억원의 손실을 입고 사채업자의 채무 상환 독촉에 시달리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한 변호사는 이를 단기간에 만회하기 위해 법률시장의 음지에 있는 브로커들과 손을 잡았다. 자신이 2013년 8월 세운 A법무법인과 변호사 명의를 빌려줘 ‘사무장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게 하고는 명의 대여료를 받고, 브로커들로부터 불법적인 사건 소개도 받는 식이다. 그는 2013~2015년 매월 수백만원씩 모두 8200여만원의 대여료를 챙겼다. 브로커들에게 지급한 사건 알선료도 1억2000여만원에 이른다.

 한 변호사는 빚 때문에 A법무법인 계좌마저 압류되자 공금 횡령도 시작했다. 사무장 아들 명의로 된 차명계좌로 수임료를 송금 받아 빼돌리는 등 2014년 2월~2015년 4월 법인 자금과 의뢰인의 에스크로(거래대금 예금) 등 4억5400여만원을 사적 용도로 썼다.

 지난해 8월에는 형사사건 의뢰인이 합의를 위한 공탁금 명목으로 맡긴 2000만원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혐의 상당부분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법관 로비 명목으로 의뢰인에게 300만원 상당의 의류 상품권을 받았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 9월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