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응답 과정에서 살짝살짝 짓는 조소. 의자에 몸을 파묻고 메모하는 삐딱한 자세. 한때 특수수사를 도맡았던 검사 출신 취조전문가의 습관일까. 아니면 10시간 예행연습을 통해 의도한 연출일까.
최순실 국조특위 제5차 청문회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급기야 국조특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의 입에서 “자세를 바르게 하라”는 호통까지 나왔다.
우 전 수석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조특위 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질문을 대부분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했다. 대답한 내용은 그동안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어딘가 불성실하고 고압적으로 보이는 태도에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점심시간 정회 이전인 오전 청문회에서 우 전 수석의 메모를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증인이 성실한 답변을 위해 메모할 수 있다”고 상황을 넘긴 뒤 정회를 선언했다.
어딘가 삐딱하게 보이는 우 전 수석의 태도는 오후 청문회까지 이어졌다. 이에 김 의원은 “우병우 증인, 자세를 바르게 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은 “어떻게 할까요”라고 되물었다.
김 의원은 참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 여기가 부하직원과 회의하는 민정수석실이냐”며 “메모는 짧은 시간에 위원들의 많은 심문 내용이 담길 때 잠깐 하라고 허용한 것이다. 본인의 답변 내용을 기록하라고 허용한 게 아니다”라고 꾸짖었다.
우 전 수석은 그제야 “위원장(김 의원)의 말씀에 유의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김 의원은 “우 증인은 허리를 펴고 제대로 앉으라”고 자세교정을 요구했다. 우 전 수석은 의자 팔걸이를 붙잡고 허리를 편 뒤 의자를 끌어당겨 자세를 고쳤다.
우 전 수석의 이런 태도는 국조특위 위원들만 화나게 만든 것은 아니었다. 국회TV 등을 통해 청문회 방송을 시청한 국민들 역시 “무례하다” “기분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한 네티즌은 “미안함은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당당하게 보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일각에서는 우 전 수석의 삐딱한 태도가 지난 19일 서울 반포동의 가족회사 정강 사무실에서 아들, 법률 전문가와 약 10시간 동안 준비한 예행연습을 통해 준비한 연출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국조특위 위원들의 압박과 호통 속에 주눅 들지 않고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라는 관측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우 전 수석은 검찰 생활을 오래 했다. 피의자를 많이 다뤄봤을 것이다. 내가 우 전 수석이었으면 그런 식으로 답변한 피의자를 한 방 쥐어박았을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무책임하게 답변하는가”라고 질타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