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관전 포인트는 박 대통령의 출석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이다. 소추위원 측은 박 대통령이 직접 헌재에 나와 ‘세월호 7시간’ 의혹 등을 소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탄핵소추 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할 아무런 기회가 없었다”고 주장했던 박 대통령인 만큼 헌재 출석과 진술이 본인의 방어권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헌재 심판규칙은 심판관계를 분명하기 하려는 목적에서 당사자 본인 출석을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탄핵심판에서 당사자의 출석은 의무가 아니다. 2004년의 탄핵심판에서도 헌재에 출석한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대리인들이었다. 이에 김기춘(77) 전 법제사법위원장 등 소추위원들은 “심판절차에 참여해 자진사퇴를 하겠다고 하는 의사를 표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당사자 본인신문을 신청했다. “꼭 헌재가 아니더라도 청와대 회의실 같은 장소에서 신문하는 것도 가능하다”고도 했지만 재판부는 ‘부적절하다’며 기각했다.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을 강하게 요구하는 소추위원들이 박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할 수 방법도 있다는 추측이 나돌았다. 재판부가 채택한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는 내용으로 헌재법이 강화된 점도 함께 거론됐다. 하지만 탄핵심판 당사자인 박 대통령이 애초 증인의 자리를 겸할 수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소추위원 측이 밝힌 28명의 핵심증인 명단에도 박 대통령이 없었다.
박 대통령 측이 접수한 수사기록 제출 이의제기, 답변서 공개 관련 소송지휘요청 등 각종 의견에 대해 헌재 재판관들이 어떠한 결정을 내릴 것인지도 이번 준비절차기일의 관심사다. 헌재는 지난 21일 재판관회의를 열고 박 대통령 측 이의제기·소송지휘요청에 대해 어떻게 결정할지를 확정했다. 다만 결과는 22일 준비절차기일이 개최된 소심판정에서 공개하기로 했다.
일단 “수사·재판 중인 사안이므로 헌재가 기록제출을 요구할 수 없다”며 헌재법 제32조를 들어 제기한 이의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직권으로 기록제출을 요구할 때에는 당연히 제약 의미를 담고 있는 헌재법 제32조를 우선 검토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관측이다. 헌재가 직권으로 검찰·특검의 기록제출을 요구한 점은 검찰 수사 종결 이후와 특검 수사 착수 직전의 시기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제출할 명분을 줬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만일 직권 제출이 불발되더라도, 소추위원 측은 최순실(60·구속 기소)씨 등의 수사기록이 넘어간 서울중앙지법에 인증등본 송부촉탁을 신청할 예정이다.
다만 국회가 박 대통령 측 답변서를 공개한 사태에 대해서는 재판부의 결정 방향이 쉽게 예측되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논란 끝에 공개된 박 대통령 측 답변서는 지난 18일부터 SNS를 통해 전문이 퍼져 나갔고, 박 대통령 측은 이를 문제시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알 권리와 사생활·개인정보 보호라는 기본권들의 충돌 사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이날 헌재 결정도 단순한 내용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부터 열리는 준비절차기일에서는 입증과 반박을 거칠 탄핵소추사유 쟁점들의 순서도 정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의 변론으로 여러 가지 주제를 포괄할 수 있는 쟁점이 무엇인지 논의해 당사자들이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지금은 헌법·법률 위반사항 다수로 나열된 탄핵소추사유들이 굵직한 주제별로 묶일 가능성도 있다.
헌재는 앞서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사건의 경우에도 준비절차기일을 진행했다. 당시 첫날엔 양측의 제출 서면을 확인한 뒤 주장 요지를 듣고 쟁점을 정리했다. 헌재는 준비절차기일 직후 재판관회의를 열어 공개변론 돌입 여부 등 향후 절차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