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부터 공무원연금법과 통합운영되어 온 공무원 재해보상제도가 57년만에 별도 법률로 분리돼 재정비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위험직무순직 인정기준이 합리적으로 개선되고 민간 산재에 비해 낮았던 재해보상 수준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재해보상 심사체계도 간소화되고 전문성과 대표성도 강화된다.
인사혁신처(처장 김동극)는 공무수행 중 발생한 재해에 대한 보상 내용과 절차를 담은 ‘공무원재해보상법’ 제정안을 23일부터 내년 2월 1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9월 27일 ‘재해보상제도 개선계획’을 발표한 후 공직사회,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거쳐 마련된 법률안이다.
제정안은 현장공무원의 의견을 반영해 위험직무순직의 요건을 확대·재정비하고 순직에 대한 심사를 전문화·체계화했다.
위험직무순직은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 발생한 사망’으로 일반순직에 비해보상 규모에 큰 차이가 있다. 현재 공무원연금법에는 위험직무순직 요건에 해당하는 위해가 13개로 한정돼 있어 다양한 유형의 위험직무로 발생한 사망에 대한 합리적 보상이 어려웠다.
경찰관이 말벌 제거 등 생활안전활동 중 사망하거나 공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위험근무순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경찰찰공무원은 긴급신고처리를 위한 현장출동, 범죄예방·인명구조·재산보호를 위한 순찰활동, 해양오염 확산방지 중 입은 위해가 위험직무순직에 추가됐다. 소방공무원은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구급작업이나 이를 위한 지원활동, 위험제거를 위한 생활안전활동 중 입은 위해가 추가됐다.
사법경찰관리는 범죄의 수사·단속 또는 범인이나 피의자를 체포다 입은 위해가 추가됐다.
제정안에는 또 순직·위험직무순직을 원스톱으로 심사해 청구인의 편의를 높이고 심도있는 심사가 가능하도록 위험직무순직 심사를 단심제에서 2심제로 개편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1심은 인사혁신처 ‘재해보상심의위원회’에서 재심은 국무총리 소속 ‘재해보상위원회’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순직 보상체계를 유족 중심으로 전환하고 보상수준을 현실화한 것도 특징이다.
그동안 순직유족급여는 민간 산재보상 대비 53~75% 수준이었다. 특히 현장활동이 잦아 위험의 노출빈도가 높은 단기 재직자의 유족에게는 더욱 불리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유족급여의 설계를 ‘순직공무원’에서 ‘유족’ 중심으로 전환해 산재 유족급여와 유사한 수준으로 순직유족급여 지급률을 높였다. 또 유족의 수에 따라 급여를 가산(유족 1인당 5%씩 최대 20%)했다. 재직기간에 따른 지급률 차등을 없애고 유족연금의 산정기준인 ‘본인 기준소득월액’의 최고·최저 기준을 설정했다.
새 기준이 적용되면 응급환자 이송요청을 받고 헬기운항 중 추락해 사망한 29세 경찰공무원(1년1개월 근무)의 어머니가 받는 위험직무순직유족연금은 현행 100만원에서 145만~159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공장에서 화재진압 중 사망한 33세 소방공무원의 B씨(7년 근무)의 유족 2명(배우자, 자녀1명)이 받는 위험직무순직유족연금은 115만원에서 183만~199만원으로 59%~73% 늘어나게 된다.
‘예방–보상–직무복귀(재활)’의 선순환체계를 구축하고 중증장해에 대한 간병급여를 신설하는 내용도 있다. 앞으로는 재활운동비, 심리상담비를 지급해 신체적·정신적 재활치료 서비스를 강화하고 근로복지공단 산하 병원과 연계해 의료재활과 직무복귀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공무상 질병·부상을 당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재해보상제도는 공무상 요양비, 장해급여 지급 등 금전적 보상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또 재해예방사업의 실시근거를 법률에 명시해 ‘재해예방-보상-직무복귀(재활)’로 이어지는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보상체계를 마련했다.
이밖에 공무상 질병·부상으로 인해 요양을 한 뒤 중증장해(장해 제1~2급) 상태가 돼 타인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어려운 공무원을 대상으로 간병급여를 지급하도록 했다.
재해보상 심사체계도 통합·간소화했다. 위험직무순직 심사절차가 2~3단계로 복잡해 유족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앞으로는 인사처의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원회(가칭)’에서 모든 심사(1심)를 담당함으로써 심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을 높였다.
1회 신청만으로도 인사처 재해보상심의위원회에서 순직·위험직무순직 여부를 일괄 심사해 심사 소요기간이 약 1~2개월로 단축될 전망이다.
또 인사처 재심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 ‘공무원재해보상위원회(가칭)’로 격상해 재심기능을 강화했다.
심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위원 풀(pool)을 구성하고 위원 수도 9명에서 50명 이내로 대폭 확대한다. 소방·경찰 등 현장공무원이 추천하는 사람을 위원으로 위촉하고 청구인(또는 청구인이 지정하는 자)의 의견청취 제도를 도입해 심사의 대표성도 제고해나갈 예정이다.
제정안은 입법예고와 관계부처 협의, 법제처 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김동극 인사처장은 “이번 제도개선이 경찰·소방·우정 등 현장공무원들이 안심하고 직무에 전념할 수 있는 공직여건을 조성하고 공직사회의 실질적인 복지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아고 밝혔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