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씨 아들 배우 정우식씨(32)의 드라마 출연 특혜 의혹에 대해 MBC 드라마 현직 PD가 사측의 해명을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 ‘글로리아’, ‘여왕의 꽃’ 등을 연출한 김민식 PD는 지난 19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장근수 드라마본부장에게 보내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김민식 PD는 “장 본부장은 때로는 제작사 대표를 통해서, 때로는 연출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정우식을 반드시 드라마에 출연시키라고 종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장 본부장이 대본을 보고 주인공 남동생 역할을 지정해 캐스팅을 주문한 일도 있었고, 비중이 없는 신인치고 너무 높은 출연료를 불러 제작진이 난색을 보일 때는 ‘출연료를 올려서라도 반드시 캐스팅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 PD는 또한 “정우식은 당시 이수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그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는 장근수 본부장의 해명에 대해 “본부장님을 포함한 드라마 제작진은 그 배우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랐다고 믿는다. 전처소생의 아들을 캐스팅함으로써 비선실세에게 줄을 대야겠다고 생각할 사람이 MBC 드라마 PD 중에는 단 한 사람도 없다고 믿고 있다. 이수현이 아니라 정우식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어도 그의 아버지가 누군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PD는 “안광한 MBC 사장과 이번 일이 전혀 무관하다”는 사측의 해명에 대해서는 “사실일 리 없다”며 “아무리 가능성이 큰 신인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해도, 이미 다수의 드라마를 통해 검증이 된 신인을, 배역에 맞지 않고 이미지에 맞지 않고 출연료도 맞지 않는 신인을 억지로 출연시키려고 사장님을 팔았을 리가 없다. 난색을 표하는 후배의 의지를 꺾으려고 윗사람의 권세를 거짓으로 동원할 분이 아니라는 건 제가 잘 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몇 년간, 그 배우의 출연작 리스트에는 KBS나 SBS가 없었다. 종편이나 케이블 방송에 출연한 적도 거의 없다. 오로지 MBC였다. ‘MBC 드라마를 위해 애쓴’ 본부장님의 흔적이 엿보였다. 그래서 더 부끄럽고 슬펐다. 다른 방송사에는 감히 밀어 넣지도 못할 배우를 MBC에만 넣었다고요? 다른 방송사에서는 감히 시도하지 않은 비선 실세 농단을 MBC에서만 했다고요?”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정우식은 '개과천선' '야경꾼 일지' '오만과 편견' '빛나거나 미치거나' '딱 너 같은 딸' '화려한 유혹' '옥중화' 등 총 7편의 MBC 드라마를 찍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언제부터 드라마 신인 배우 발굴이 본부장의 일상적 관리행위였나. 정상적 방송사 경영활동에 간섭하고 제작 현장의 독립성을 훼손시킨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반문하며 “선배님께서 수십 년간 지켜온 MBC 드라마다. 앞으로도 그 제작 현장을 지켜야 할 MBC 후배들을 생각해 달라. 그들의 명예와 자긍심을 지켜주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부디 놓치지 말아주시기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MBC PD 출신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도 21일 방송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나는 (정우식과 정유라가) 닮았다고 생각한다. 정유라 씨가 경쟁하던 수험생들 가운데 꼴찌였는데 제치고 들어가지 않았냐?"며 "오디션을 보러 온 연기자가 100명이 넘었는데 그 사람들을 제치고 정우식 씨가 캐스팅됐다는 걸 보면서 연기를 지망했던 친구들한테 커다란 좌절이 될 만한 일이다"고 비난했다.
MBC는 지난 15일 비선실세 최순실의 전 남편 정윤회의 아들 정우식에게 캐스팅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에 MBC 측은 이날 해당 보도를 부인하며 정우식 캐스팅에 대해 "통상적 캐스팅 방식"이라며 "정우식은 당시 이수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그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고 공식 해명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