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투구의 정치판에서 점잖은 언사로 정평이 나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21일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와 달리 다소 격한 표현이 등장했다. 이날 사실상 대선출마 선언을 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향한 일갈이다.
안 지사는 이날 트위터 등 SNS에 “반기문 총장님, 정치 기웃거리지 마십시오”라며 “그것이 한국 최초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다는 우리 국민과 충청의 자부심을 훼손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 총장에 대해 “자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그 슬픈 죽음에 현직 대통령 눈치보느라 조문조차도 하지 못했던 분”이라며 “이제와서 변명한다”고 비난했다.
안 지사는 또 “여의도 정당 정치가 온통 줏대 없는 기회주의, 철새정치의 온상이 되었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민주주의는 정당들이 국민의 뜻을 받들어 책임정치를 할 때 촛불광장의 민의는 영속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단과의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봉하마을을 2011년 참배한 사실을 거론하며 “언론보도가 많이 안됐지만 저는 서울에 가는 계기나 매년 1월초에 늘 권양숙 여사에게 전화를 한다”고 설명했다.
안 지사는 이에 대해서도 “솔직히 그 말씀을 듣는 것조차 민망스럽기 그지 없다”며 “중부권 대망론과 친박계의 추대론을 은근히 즐기시다가 탄핵 바람이 불어오니 슬그머니 손을 놓고 새누리당 당 깨져서 후보 추대의 꽃가마가 당신에게 올 것이라 기다리고 계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모시던 대통령의 죽음 앞에 조문조차 하지 못하는 신의없는 사람, 태평양 건너 미국에 앉아서 이리저리 여의도 정당 판의 이합집산에 주판알을 튕기는 기회주의 정치 태도, 정당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는 수준 낮은 민주주의 인식으로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