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교수 연구팀이 암세포의 특정 침윤 깊이(5㎜ 및 12㎜)에 따라 간외 담도암의 병기를 나누는 분류법을 새로이 고안, 미국암연합위원회(AJCC)가 제정하는 제8판 암 병기 메뉴얼을 통해 전 세계에 공개하게 됐다고 21일 밝혔다.
AJCC의 암 병기 메뉴얼(Cancer Staging Manual)은 세계 의학계가 암 병기 결정시 준수하는 국제 표준 지침서다. 이 매뉴얼은 또한 6∼8년마다 병기 분류 기준을 달라진 환경 및 현실에 맞게 개정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진이 개발한 병기 분류 기준이 공식적으로 채택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홍 교수팀의 새 병기 분류법은 2017년 1월 1일부터 전 세계 병원 등 임상 현장에서 담도암의 병기 결정에 실제 적용된다. 기존 방식보다 병기별 생존율을 좀더 정확히 제공해 환자의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예후를 예측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담도암은 간에서 분비된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보내지는 통로인 담도(담관)에 발생하는 암으로, 암의 위치에 따라 간외 담도암과 간내 담도암으로 나눈다.
암 병기 매뉴얼은 담도암의 병기를 결정할 때 암의 침윤 깊이(T), 임파선의 전이(N), 다른 장기로의 전이(M)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TNM 분류법을 사용한다.
특히 담도암은 위나 대장 등의 위장관과 같이 내부가 비어있는 관 형태의 동일한 구조적 특징 때문에 위장관계에서 발생한 암의 T병기 분류를 그대로 따른다. 이에 기존에는 담도벽을 이루는 점막층과 섬유근층 등 조직층의 침윤 정도가 그 기준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홍 교수팀은 담도암의 조직학적 구조에 주목해 이러한 위장관계 암과 동일한 분류법을 적용하는 것이 부정확하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홍 교수팀은 먼저 서울아산병원에서 담도암 수술을 받은 환자 101명을 대상으로 담도벽을 구성하는 평활근의 분포가 담도의 위치에 따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발견해 담도의 조직학적 구조가 일반적인 위장관의 구조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담도암의 경우 암세포가 침윤하면서 주변 조직을 파괴하고 딱딱하게 만들어 잔존 조직 구조를 지표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밝혔다. 이는 기존의 위장관계 암 분류법으로는 정확한 병기를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홍 교수팀은 서울아산병원에서 담도암 수술을 받은 환자 222명을 대상으로 기존의 T병기별 생존율을 분석했고, 2기와 3기 환자 생존율에 차이가 없음을 2005년 미국 암협회 학술지 캔서(Cancer)에 발표하며 기존 분류법의 부정확성을 지적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병기 설정을 위한 새 지표를 알아보고자 암세포 침윤 깊이에 따른 담도암 환자의 생존율을 분석했다.
수술 환자 222명의 각 담도암 조직 검체를 대상으로 주변 정상 담도 상피의 기저층으로부터 암세포가 가장 깊숙이 침윤한 부위까지의 깊이를 측정했다.
그 결과 측정 수치가 5㎜미만일 경우 중앙생존기간(100명의 환자를 생존기간의 순서대로 나열할 때에 50번째 환자가 생존하는 기간)이 61개월이었으며, 5~12㎜일 경우 그 기간이 23개월, 12.1㎜를 넘을 경우 그 기간이 17개월인 것으로 각각 드러났다.
홍 교수팀은 이를 근거로 암세포의 특정 침윤 깊이에 따라 간외 담도암의 병기를 나누는 분류법을 새롭게 고안했고, 5㎜미만일 경우 담도암 T병기가 1기, 5~12㎜이하일 경우 2기, 12㎜초과일 경우 3기로 각각 규정했다.
홍 교수는 “국제표준으로 사용되는 미국암연합위원회의 암 병기가 국내 연구자와 서울아산병원의 임상 자료를 이용해 개정되었다는 것은 처음 있는 사례로 그 의미가 특별하다”며 “담도암 뿐 아니라 췌장암, 담낭암 등 췌담도계에서 발생한 암에 대한 보다 정확한 암 병기 개발을 위해 연구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