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행촌 성곽마을 인근길(통일로12길)과 금천구 독산1동 금천경찰서 치안센터 건물이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통해 이용하기 편리한 곳으로 새단장됐다.
이 두 곳은 서울시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공가로·건축물에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 모범사례를 만든다는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 곳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어린이, 어르신, 장애인 등 누구나 신체적 특성과 상황에 관계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이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고도 불리며 제품·건축·공간·서비스 등 다양한 곳에 적용할 수 있다.
행촌 성곽마을 인근길은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에서 한양도성으로 이어지는 567m 구간이다. 이용자들이 많지만 오르막인 데다 폭 8~9m의 길을 차량과 사람이 구분 없이 다녀 위험했던 곳이다.
시는 이 길에 유니버설디자인을 입혀 안전한 보행공간으로 만들었다. 단차가 없고 바닥 색이 같아 구분이 잘 되지 않던 보도와 차도 사이에 볼라드를 추가로 설치하고 검정색과 노란색으로 도색해 구분을 뚜렷이 했다.
독립문 초등학교 정문 옆에는 눈에 잘 띄는 노란색으로 횡단보도 표시와 발자국 표시를 그려넣어 아이들이 선을 따라 안전하게 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양도성으로 가는 지름길인 계단길에는 오를 때 소모되는 칼로리를 계단 중간에 표시하고 성곽마을 BI를 활용한 그래픽을 적용해 정보와 재미를 더한 길로 바꿨다. 계단 끝에는 미끄러지거나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계단 끝에 노란색 미끄럼방지 패드를 부착했다.
가파른 오르막길 중간 자투리 공간에는 잠시 앉아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쉼터를 만들었다. 보도를 따로 설치할 수 없는 오르막길에는 차량 속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도로설계 기법인 ‘시케인(chicane)’을 응용한 지그재그 형태의 그래픽을 적용했다.
시는 다시 태어난 이 길에 ‘사람과 지역을 이어주는 친절한 동네길’이라는 의미를 담아 ‘행촌이음길’이라고 이름 붙였다.
독산1동 치안센터 한켠에 방치됐던 20평 남짓 한내마실터도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돼 쾌적한 공간으로 탈바꿈됐다.
단차가 큰 출입구에는 경사로를 만들고 자동문을 달았다.
지형상 건물 전면 경사로의 기울기를 완만하게 하는 데 한계가 있어 경사로 끝에 호출벨을 설치했다. 벨을 누르면 치안센터 근무자가 나와 방문객을 응대하고 이동을 돕는다.
실내공간은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하도록 넓고 쾌적하게 조성했다. 내벽을 모두 없애 최대한 넓은 거실을 만들었다. 한쪽 벽면에는 대형 거울을 설치해 공간이 넓어 보이도록 했다.
출입구에서 거실로 들어가는 중간에도 ‘전실(前室)’ 개념의 공간을 만들고 붙박이 의자와 게시판을 설치했다.
화장실도 기존에 남자화장실 하나만 있던 것을 남녀를 구분해 만들었고 휠체어 이용자도 쉽게 쓸 수 있도록 개선했다. 세면대, 소변기, 양변기 주변에 안전 손잡이를 설치했고 세면기와 변기 물내림 버튼도 자동감지식으로 바꿨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주민들을 위해 싱크대 하부에 휠체어 이용자의 무릎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수납장도 힘이 약한 어르신을 위해 문을 누르면 열리는 반자동식으로 만들었다.
금천구는 한내마실터에서 어르신 건강교실, 실버 영화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할 계획이다.
시는 행촌 성곽마을 인근길과 독산1동 한내마실터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밝혔다.
변태순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은 “이번에 조성을 마친 두 곳은 다양한 유형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첫 사례”라며 “실제 사용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유니버설디자인을 서울 전역으로 확산시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