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팀, 공식수사 개시 첫날 국민연금 압수수색

입력 2016-12-21 09:23
‘박근혜 대통령·최순실 게이트’를 수사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공식 수사착수 첫날인 21일 국민연금공단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찬성한 의사결정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지난해 5월 26일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시가를 기준으로 결정된 합병 비율이 삼성 총수 일가에 유리하고 삼성물산 일반 주주들에게는 불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 반대 세력 결집에 나서 합병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당시 삼성물산 지분 10%를 소유한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해 그해 7월 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가결됐다. 이를 두고 다양한 뒷말이 나왔다. 특히 당시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모두 삼성물산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내부 인력만 참여한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합병 찬성을 결정했다.

 투자심의위가 열리기 사흘 전인 지난해 7월 4일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 등 국민연금 관계자 4명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비밀리에 만난 것도 논란거리다. 당시 만남에서 양측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비율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 과정에 청와대를 포함한 제3의 힘이 개입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삼성이 국민연금을 통해 받은 특혜의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최씨일가 송금 등을 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삼성에 대한 국민연금 특혜 결정에 개입한 물증이 확보되면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할 주요 근거가 될 수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