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의 고세진(63·사진) 사장이 지난 11월을 끝으로 사임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KBS교향악단 단원 등 복수의 관계자는 20일 고 사장의 해임 사실을 인정했다. 고 사장은 지난해 9월 박인건 전 사장의 뒤를 이어 3년 임기의 KBS교향악단 사장으로 선임됐다. 목사 출신으로 아세아연합신학대학 총장을 역임한 고 사장은 2009년 KBS교향악단 운영위원회 위원장에 이어 2013년부터 재단법인 KBS교향악단 제1기 이사회 이사와 후원회장으로 활동해왔다.
고 사장의 갑작스런 사퇴 이유에 대해 KBS교향악단 관계자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월 KBS교향악단에 대한 KBS 감사실의 특별감사와 관계가 있다. KBS 관계자는 “고 사장이 후원금 일부를 공식 채널이 아닌 자신이 고용한 직원 명의의 은행계좌로 받는 등 불투명하게 운영한 것이 감사에서 밝혀졌다”며 “고 사장은 결백을 주장했지만 통장 거래내역을 공개하라는 교향악단 이사회의 요구에 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10월 24일 KBS교향악단 노조가 낸 노보를 봐도 알 수 있다. 노보에 따르면 특별감사는 KBS교향악단 사무국장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고 사장의 제보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특별감사 결과 고 사장이 제보한 내용은 대부분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KBS교향악단 후원회가 불투명하게 운영된 것과 그 의혹의 중심에 고 사장이 있는 것이 드러났다. 노조는 “고 사장은 후원회에 수년간 후원금 입금 내역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후원금 입금 내역이 확인됐으며 얼마나 입금됐는지, 어떻게 사용됐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고 사장의 자질부족과 무능이 야기한 교향악단의 총체적 난국에 대한 공박을 자제하면서 인내해 왔었다. 모 교정시설 연주회에서 교향악단 여성 단원들에게 모욕감과 수치심을 준 부적절한 발언, 직원들에 대한 해고를 포함한 무분별한 중징계, 이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부당징계 결정에 따른 수천만원의 손실, 조합에 대한 일방적인 단체교섭의 거부 등 1년 남짓한 재임기간 동안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일으킨 잡음으로 인해 교향악단 구성원들의 정신이 피폐해졌음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이 와중에 불거진 후원금 관련 의혹은 구성원 모두를 허탈하고 분노하게 만들었다”며 “조합은 재단 이사회가 고 사장의 후원금 관련 의혹을 신속하고 명백하게 밝혀낼 것을 기대하며 향후 과정을 예의주시할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열린 KBS교향악단 이사회에서 고 사장의 자진 사퇴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와 관련해 모종의 합의가 있다는 소문이 제기된 가운데 시청자들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로부터 연간 100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지원받는 KBS교향악단이 고 사장을 둘러싼 의혹을 규명하지 않은 채 조용히 무마하려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KBS교향악단 관계자는 “고 사장이 아직 거래내역을 확실히 밝히지 않고 있어서 혐의를 정확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상태다. 비리가 확인되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사장은 현재 이와 관련한 언론의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한편 KBS교향악단은 사장과 사무국장에 대한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를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