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한국특파원들을 만나 “미력한 힘이지만 국가 발전을 위해 저의 경험이 필요하다면 몸을 사리지 않겠다”고 말해 대선 출마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반 총장은 “대선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질문에 “아직 유엔사무총장의 임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면서도 “제 말씀을 잘 해석하시면”이라고 말해 대선출마 의사를 부인하지 않았다.
반 총장은 그러면서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하는 과정에서 보고 배운 나의 경험이 대한민국 발전과 국민들의 민생, 복리증진에 도움이 된다면 이 한 몸을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씀드리겠다”고 답변했다.
반 총장은 “지난 10년간 유엔사무총장을 하면서 단 하루도 국가와 국민이 베풀어주신 사랑과 지지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며 “국내외적으로 도전을 받고 있는 이 때에 귀국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새누리당에 입당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무엇을 기여할 것인지는 깊이 고뇌해보겠다”면서 즉답을 하지 않았다.
반 총장은 다만 “정치라는 게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1월 중순 귀국한 뒤 각계 지도자들을 만나보고 국민 여러분들의 진솔한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귀국하면 박 대통령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국가원수로서 당연히 만나야 하지만 현재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대신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정세균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등 3부요인을 예방해서 귀국신고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반 총장은 최근 최순실 사태를 언급하면서 ‘선정의 결여가 국민의 신뢰를 배신했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박 대통령을 포함한 특정 정치지도자를 언급한 것은 아니다”면서 “일반적인 국민들의 뜻이나 바람과는 다른 국가 운영시스템의 잘못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 총장은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묘소를 늦게 참배한 것을 두고 (야당에서) 나를 ‘배신했다’고 하는 것은 인격모독”이라고 반발했다.
반 총장은 이날 오후 뉴욕총영사관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는 “제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는 말씀드리지 않아도 여러분들이 다 공감할 것”이라면서 “저의 경험이 도움이 된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몸을 불사르겠다”고 대선출마 의사를 재차 강조했다.
뉴욕=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