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계가 20일 금주내 '집단 탈당'을 예고한 가운데 친박계와 비박계는 '탈당 규모'를 놓고 물밑 싸움에 돌입했다.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 인사 13명은 이날 국회 앞 중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금주 내 탈당 결행에 잠정 합의했다.
황영철 의원은 오찬 뒤, 국회에서 공식 브리핑을 갖고 "더이상 친박의 불분명한 입장과 시간끌기로 혼란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며 "탈당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행에 적극적으로 돌입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탈당 결행 방침을 통보했다.
황 의원은 탈당 규모에 대해 "아직 명단을 구체화하지 않아 명확하게 숫자를 얘기할 순 없지만 20명 이상은 된다"며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 일정에 들어가겠다"고 집단 탈당 규모는 최소 20석,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황 의원은 "유승민 의원도 탈당 명단에 포함될 것"이라며 "어떤 상황이든 20명이 넘는 의원이 탈당한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탈당 시기에 대해서는 "이번주 안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금주 내 '집단 탈당'을 예고했다.
이날 비박계 오찬에는 비박계 수장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 심재철 여상규 이종구 황영철 주호영 김성태 강석호 이군현 권성동 김세연 하태경 오신환 의원 등 13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21일 오전 다시 만나 '집단 탈당' 인원 파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비박계는 1차 선도 탈당 목표 의석을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으로 설정하고 있다. 비박계는 1차 선도 탈당 규모가 20석만 충족하게 되면 새누리당에 남아있는 의원들을 상대로 탈당을 회유하는 이른바 '장기전'을 펼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에맞서 친박계는 비박계의 '탈당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물밑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수뇌부는 친박과 비박을 넘나들거나 딱히 성향이 명확하지 않는 '눈치보기', 관망층' 의원들이 최대 20~30명에 이른다고 보고 이들 의원들의 동요 차단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는 특히 탄핵에 적극 참여했고 비상시국위원회에도 참여해온 인사들 중에서도 탈당을 망설이는 의원들이 상당수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성탄절을 전후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1차 선도' 탈당그룹만 최소화 시킨다면 탈당 동력은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와관련 친박계 핵심 인사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오늘 비박계 13명이 금주 탈당을 결의했다고 하는데, 내가 파악하기로 그 모임 참석자 중에서도 '올해 안'에 나가지 않을 사람이 3~4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1차 탈당 규모가 20석이 안되면 당내 탈당을 고심하던 의원들도 크게 동요하게 될 것"이라며 "설령 탈당 규모가 20석이 넘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신당의 현실은 국민의당에도 못미치는 제4당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친박계는 여유만만한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은 비박계의 집단탈당 가능성에 대해 "탈당으로 가든지, 분당으로 가든지 그건 모르겠다"면서도 "분당은 무슨 분당이냐, 탈당을 해서 당을 만들면 되는 것"이라고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서 의원은 "분당을 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자기들이 당을 만들면 되는 것이지, 나갈 사람은 나가고 남는 사람은 남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도 '전권 비대위원장' 카드가 무산되면 탈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 유승민 의원을 향해 "그건 자신의 정치적 판단"이라고 알아서 하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최 의원은 "지금은 당을 통합하고 화합해서 혁신해야 한다. 여기서 지지고 볶고 싸워서 답이 나오겠냐"며 "무슨 말을 해도 당을 화합시킬 사람이 아니면 어려운 국면"이라고 '유승민 비대위' 체제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이날 의총에서도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비박계의 집단 탈당 경고에 대해 "나갈테면 나가라"는 식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친박 모 의원이 '생각 차이가 너무 크다. 누가 비대위원장을 하더라도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으니 이럴 바에는 그냥 갈라서자, 분당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의원도 "친박 일부에서는 '도저히 같이 못할 것 같으니 차라리 헤어지자'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