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복음가’이어 이번엔 ‘캐롤 하야송’?

입력 2016-12-20 18:00 수정 2016-12-20 18:03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측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12·24 하야 크리스마스 캐롤송 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 신청 공지.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홈페이지 갈무리

크리스마스 캐롤의 가사를 바꾼 일명 ‘하야 캐롤송’으로 공연이 계획되고 참가팀 접수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에 논란이 일고 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측은 지난 18일 오후 ‘12·24 하야 크리스마스 캐롤송 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 신청 공지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노래 원곡과 개사곡의 가사 전문, 공연팀 소개 등을 입력해 참가 신청을 받는 방식이다. 주최측은 “21일 오전 11시까지 신청을 마감한 뒤 공연팀을 선정해 같은 날 오후 8시에 문자로 안내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공연은 24일 촛불집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해당 공지는 게시 3일 만에 1150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공지엔 ‘징글벨’을 개사한 ‘징글박 송’,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개사곡 등이 댓글로 올라와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촛불 복음가’로 명명되며 찬송가 348장 ‘마귀들과 싸울지라’를 현 시국에 빗댄 ‘박근혜와 싸울지라’가 등장했던 것에 이어, 지난 7일 광주시국대회에선 ‘펠리스 나비다(Feliz Navidad)’를 개사한 ‘근혜는 아니다’의 개사곡이 무대 공연으로 펼쳐지면서 논란의 불을 지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캐롤이 개사의 대상이 되면서 기독교계 일각에선 “성스러운 찬송가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해야 할 크리스마스 캐롤이 개사로 인해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기독교 문화사역자는 “‘개사 현상을 문화적 시위를 위한 위트있는 요소로 봐야한다’는 일부 주장이 있지만 원곡이 가지고 있는 숭고한 의미가 훼손된다면 분명 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거룩한 마음으로 불려야 할 복음성가들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런 일”이라고 덧붙였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