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검사팀의 공식 수사 개시 D데이가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특검팀은 이미 삼성그룹 고위관계자를 비공개 접촉하는 등 사실상 본격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특검팀이 정식 조사는 아니라고 하나 어쨌든 사건 관계자에 대한 사전조사는 처음입니다. 삼성의 최순실씨 일가 특혜 지원과 관련돼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 의혹’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한 셈입니다. 또 수사의 핵심 중 핵심인 청와대 압수수색의 승인권자가 누구인지를 공개하면서 청와대도 더욱 압박해 들어갔습니다.
12월 19일 월요일인 오늘은 박영수 특검 임명이 발표(11월 30일)된 지 20일째, 박 특검이 황교안 국무총리로부터 임명장을 수여(12월 1일)받은 지 19일째 되는 날입니다. 특검 공식기간 기산일이 1일이므로 내일(20일)은 20일간의 수사준비기간 마지막 날이 됩니다. 오늘의 특검 이야기입니다.
# 첫 타깃 삼성이냐, 청와대냐=특검팀은 현판식을 21일(수요일) 오전에 한다고 예고했습니다. 이 시점 전후에 무더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의 신호탄이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첫 타깃이 삼성이 될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가 될 것인지 무척 궁금한데요. 물론 동시다발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 삼성 정조준하다=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의 브리핑(오후)부터 들어보죠. “탄핵심판의 피청구인 측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 내용을 어제 확보해 검토 중입니다. 논란이 된 청문회 위증 및 위증교사(‘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이 새누리당의 한 의원과 사전에 입을 맞추고 4차 청문회에서 위증할 것’이라는 고영태씨의 월간중앙 인터뷰)에 관해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고, 국회 고발장이 정식 접수되면 검토할 예정입니다.”
“최순실 등 재판 관련해 금일 재판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입니다(오늘 오후 2시1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최씨 출석해 혐의사실 전면 부인). (삼성그룹) 참고인 조사 관련해 기록 검토에 따른 수사 준비 및 정보 수집을 위해 일부 참고인 접촉한 사실 있습니다.”
이 대변인이 확인해준 대로 특검팀은 18일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대한승마협회 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을 비공개 접촉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곳이었습니다. 이 대변인은 “사전 정보수집 차원에서 접촉했으나 정식 조사는 아니다. 검찰 진술 동기 등 여러 가지를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롯데·CJ·SK 관계자들과는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정식 소환이 아니라 해도 어찌 됐든 특검의 첫 조사입니다. 삼성을 정조준한 것이죠.
Q. 박상진 외에는 (접촉한 사람) 누구?
A. 사전 접촉한 사람이 있으나 누구인지 몇 명인지는 확인해주기 어렵다.
Q. (참고인) 신분 바뀔 가능성은?
A. 진술 내용 따라 바뀔 가능성 있다.
Q. 외부 장소 택한 이유는?
A. 현재 수사 중이고, 수사 기밀 등의 이유로 외부 장소 택했다.
Q. 삼성 관련자 조사가 어제 하루?
A. 확인 어렵다.
Q. 조사인가, 면담인가?
A. 어쨌든 말씀드린 바와 같이 만남의 구체적 방식에 대해서는 말씀 어렵다.
Q. 조서 남겼나?
A. 그 부분도 말씀 어렵다.
# 청와대를 뚫어라=박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에 있는 관계로 누가 청와대 압수수색의 승인 주체가 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습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결정권자인지, 아니면 다른 누구인지 말이죠.
이 대변인은 브리핑 질문을 통해 이렇게 밝혔습니다. 지난번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할 당시 불승인을 한 주체가 청와대 경호실장과 대통령 비서실장이라고 했습니다. 두 사람이 승낙 여부를 결정했으므로 이번에도 그리할 듯하다고 했습니다. 당시는 이원종 비서실장, 박흥렬 경호실장이었는데 경호실장은 지금도 재직 중이고 비서실장은 한광옥 실장으로 교체됐습니다. 승인권자를 국민 앞에 공개함으로써 청와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두 사람이 승인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법리 검토 작업을 다각도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도 압수수색 영장은 발부됐지만 집행 과정에서 불승인돼 집행이 안됐다. 그와 관련해 혹시라도 법리적으로 방법이 가능한지 검토 중에 있다”고 이 대변인은 설명했습니다.
# 출격 앞둔 주말(17∼18일)의 정중동(靜中動)=이규철 대변인은 헌법재판소의 수사기록 제출 요청, 특검팀 현판식, 향후 수사 등에 대해 18일 오후 브리핑을 했습니다.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전면 반박하는 내용의 탄핵심판 답변서를 헌재에 제출했고,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은 헌재가 특검과 검찰에 수사기록 제출을 요청한 데 대해 이의신청도 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브리핑 내용을 들어보시죠.
“헌법재판소의 자료 제출 요청에 관하여 피청구인 측에서 이의신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 바 이의신청에 관한 결과에 따라 자료 송부 여부를 판단하고자 합니다.”
“탄핵심판의 피청구인 측 의견서 관련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피청구인 측이 제출한 의견서의 내용을 확인한 후 향후 수사 과정에 참고할 예정입니다.”
“현판식 관련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현판식은 12월 21일 오전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출국금지 관련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출국금지에 관한 보도는 해당 당사자의 사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신중을 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어 일문일답에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이번 주내에 첫 소환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첫 소환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 △대기업 총수 소환도 필요하다면 당연히 할 수 있다 △현판식 이전에도 언제든지 강제수사 개시는 가능하다 △청문회 증인의 위증 여부는 특검 수사대상과 직접적인 상관이 있다 △수사범위가 넓고 대상자도 많아 4개 수사팀에서 피의자·참고인 소환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 △소환자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적절하다고 생각되면 공개할 것이다 △청와대 강제수사 법리검토는 계속하고 있다, 뭐 이런 답변들입니다.
앞서 16일 저녁에는 제3자 뇌물죄 의혹과 연관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특검팀이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17일 조간신문들에는 이 사실이 핫뉴스로 보도됐습니다. 출금대상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중동의 모습이나 흐름은 긴박합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