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 200여명의 조직원을 거느리고 은행직원 등을 사칭해 돈을 가로채온 지능형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갖춘 취업준비생과 대학생들이 쉽게 돈 벌 수 있다는 유혹에 이끌려 조직원으로 포섭돼 범행에 가담했다가 사법적 철퇴를 맞았다.
광주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영빈)는 은행 대출을 미끼로 수백명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범행을 한 혐의(사기·범죄단체가입 및 활동)로 조직총책 A(43)씨 등 55명을 적발해 32명을 구속 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해외로 달아난 총책과 관리책임자 등 21명은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4년부터 올해 4월까지 국내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돈을 입금 받아 가로채는 보이스피싱 범행을 통해 34억2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먼저 은행 직원을 사칭한 전화를 통해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거나 신용 평점을 올려주겠다며 피해자들의 개인 정보를 알아냈다.
전화통화 과정에서는 총부채상한비율(DTI),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 등 금융기관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를 사용해 피해자들의 의심을 막았다.
파악한 개인 정보는 범행에 활용됐다. 이들은 피해자들의 대출 내역을 토대로 “저금리 대출을 하려면 기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고 유인한 뒤 피해자들이 기존 대출금을 갚으려고 입금한 돈은 계좌로 고스란히 챙겼다.
중국과 태국·말레이시아에 사무실을 차린 보이스피싱 조직은 대출·심사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피해자에게 번갈아 전화하는 등 자신들이 금융기관 직원인 것처럼 위장했다.
또 피해자 휴대전화에 시중 은행 전화번호와 유사한 발신번호를 표시하고 대출 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처럼 속이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이 해외 사무실을 인터넷 쇼핑몰을 위장 운영하고 수시로 사무실을 옮겨 단속을 피해왔다고 밝혔다. 조직원끼리는 메신저로만 연락하고 가명을 사용해 추적을 따돌렸다.
200여명에 이르는 조직원 상당수는 20∼30대 취업준비생과 대학생으로 조사됐다. 돈벌이에 눈이 먼 이들은 해외 사무실에서 체계적인 관리를 받으며 상담원 역할을 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한 이들은 조직에 가담한 지인이나 친구들로부터 받은 제안을 거절하지 못해 범행에 가담했다. 검찰은 범죄 수익 중 3억원을 추징했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해외도피자를 잡기 위해 국제수사 공조를 강화했다”며 “지속적 수사를 통해 점조직으로 은밀하게 활동해온 보이스피싱 조직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돈 많이 벌게 해 줄게”…유혹 못 이겨 보이스 피싱 조직원 된 취업준비생 등 200명 검찰에 적발.
입력 2016-12-19 17:04 수정 2016-12-19 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