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앞에 모든것 회개해요"…서울구치소 눈물의 성탄예배 현장

입력 2016-12-19 16:39 수정 2016-12-19 17:07
안현수 수지광성교회 목사가 19일 서울구치소 여성수용자 수용동에서 열린 '2016년 서울구치소 성탄예배'에서 수용자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있다. 서울구치소 제공

19일 오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예배당에서는 푸른색 수의를 입은 여성수용자 2명이 나란히 섰다. 

수지광성교회 안현수 목사와 새빛시인교회 장홍석 목사는 '2016년 서울구치소 성탄예배’에서 수용자들에게 성부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었다.

“여러분은 모든 죄악을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르기로 하겠습니까?” 수용자들은 “아멘”하고 나직하지만 힘 있게 대답했다.

세례를 받은 수용자들의 표정에는 결연함이 묻어났다. 그동안의 잘못된 삶을 반성하며 사랑과 은혜의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세례자 중에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교회에 출석하는 아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세례를 받은 사람도 있었다.

이날 세례를 받은 조미희(가명·31)씨는 연상 남자의 꾀임에 빠져 사기죄를 저질러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조씨는 이날 세례선물로 큰 글씨 성경을 받고 눈물을 글썽였다.
안현수 수지광성교회 목사와 장홍석 새빛시인교회 목사(왼쪽)가 19일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2016년 성탄예배'에서 수용자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있다. 서울구치소 제공

세례 직후 조씨는 성경을 가슴에 꼭 안고는 “철없이 살며 좋으신 부모님께 불효를 저지른 것 같다. 꼭 훌륭하게 변화된 모습으로 부모님을 찾아뵐 것”이라고 다짐했다. 

40대 여성 수용자는 요즘 성경을 한장 한장 읽고 찬송을 부르며 지은 죄를 하나하나 회개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장로회신학대 김성일 박소은 교수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나비부인’ 등의 노래는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또 특별찬양 ‘누군가 널 위하여 기도하네’를 은은하게 부르자, 예배당은 이내 눈물바다가 됐다.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며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수용자들은 새빛낮은예술단 관악부 연주에도 큰 도전을 받았다. 수용자들은 곡이 끝날 때 마다 앙코르를 외쳐댔다. 특히 그들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큰 놀라움과 감동으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새빛낮은예술단 관악부 연주 모습. 서울구치소 제공

관악부 최연장자 박종근(75·색소폰)씨가 “비록 시각은 잃었지만 꿈과 희망만은 잃지 않았다”고 간증하자, 수용자들은 일제히 “아멘”으로 화답했다.

장신대 교직원들이 양말과 떡 등을 선물하자 박수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날 예배에 참석한 이장선 장신대 법인사무처 실장은 “성탄예배에 참석해 수용자들과 함께 하면서 내가 더 큰 은혜를 받는다. 이들이 세상에 나가 다시는 죄를 짓지 말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길 기도했다”고 말했다.  

8년째 성탄예배에 참석한 용은희 장신대 경건교육실장은 "성탄을 맞아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수용자들에게 가득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떡과 양말을 선물하는 봉사자들. 서울구치소 제공

안현수 목사는 마태복음 1장 18~25절을 본문으로 설교했다. 안 목사는 “성탄의 정신은 오늘 본분의 요셉이 처녀가 아기 예수를 잉태한 동정녀 마리아에게 보여준 용서와 사랑”이라며 “의로우면서도 율법의 사랑을 실천했던 요셉처럼 이 시대에 성령으로 충만한 사람이 되자”고 권면했다. 

안 목사는 “성스러운 공간이라면 사람들은 언뜻 교회나 성당을 떠올린다. 하지만 가장 성스러운 공간은 우리의 내면에 있다. 우리 모두가 각자 소중하고 성스러운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을 굳게 의지해 귀한 삶이 되시길 축원한다”고 당부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