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및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측이 국정농단 사건 첫 재판에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르거나 그 뜻을 받들어 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했다.
안 전 수석의 변호인은 19일 오후 2시10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이날 열린 국정농단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고 전경련에 전달하는 차원에서 알려줬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소장에 나와 있는 것처럼 대통령이 직접 안 전 수석에게 재단 이사 등 임원 명단까지 가르쳐준 것으로 돼 있다”며 “대통령 지시에 따라 연락을 취했고, 상대방은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안 전 수석은 최순실씨를 단지 정윤회씨의 부인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혹시나 이상해서 정 전 비서관에게 물어본 사실이 있다”며 “정 전 비서관은 비선실세가 절대 없다고 했다. 안 전 수석은 그 말을 믿고 대통령 지시에 따라 연락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박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사실이 없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변호인은 “아직까지 기록 파악이 안 됐다. 다만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나 최씨와 함께 공모했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공모 관계를 부인했다.
이어 “증거인멸 교사 혐의는 이를 지시한 사실 자체가 없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직권남용, 강요, 강요미수, 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최씨를 지난달 20일 재판에 넘겼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전경련 회원사인 대기업들을 상대로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총 774억원의 출연금을 강제로 내도록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안 전 수석에게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강요미수 등의 혐의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각각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정 전 비서관 변호인은 “혐의를 대체로 인정한다”면서 “대체로 대통령 뜻을 받들어서 했다는 취지”라고 했다. 이어 “기밀을 누설한 혐의에 대해 자백하는 취지로 조사를 받았다. 의견서를 차회 기일까지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