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의 ‘박근혜 특검’ 생생기록] 14. ‘법률 미꾸라지’ 출금… “대통령 조사는 한번에”

입력 2016-12-15 18:55 수정 2016-12-15 19:07
박영수 특별검사. 뉴시스

박영수 특별검사가 본격적인 수사 개시에 앞서 출입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박 특검과 기자단의 첫 공식 상견례입니다. 이 자리에서 박 특검은 수사와 관련해 다방면에 걸쳐 설명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박근혜 대통령 조사는 완벽한 준비를 해서 가급적 한 번에 끝내겠다고 말했습니다. 박 특검과의 일문일답이 준비돼 있습니다. 참고로 식사 비용은 40여명의 참석자 각자가 ‘더치페이’를 했습니다.

 특검팀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주요 수사 대상자들도 무더기로 출국금지했습니다. 필요할 경우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서겠다며 강력한 수사 의지를 보였습니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와 관련된 법리 검토에도 착수했습니다. 특검 출범 16일째(12월 15일 목요일)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15일 특검 사무실에서 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이 수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법률 미꾸라지’ ‘미꾸라지 증인’ 등 대거 출금=특검보인 이규철 대변인은 오전 10시 정례브리핑을 했습니다. 일부 조간신문에 보도된 대로 주요 피의자들을 출국금지한 사실도 인정했습니다.

“업무 분담 논란이 있어 명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특검은 4개 수사팀, 수사지원단(어제 표현은 수사지원팀) 및 사무국으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각 수사팀은 특검의 지시를 받은 특검보들이 지휘하기로 계획돼 있으나 한 명의 특검보(이규철)가 대변인과 수사총괄을 맡은 관계로 윤석열 검사가 1개팀을 지휘할 예정입니다. 각 팀 담당업무 및 수사검사들은 일응 특정돼 있으나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수사 공정성 신뢰성 및 수사 편의를 위해 공개는 안할 예정임을 다시 한번 강조드립니다.”

“출국금지와 관련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특검은 수사 준비 기간 중에도 출국금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으므로 기록 검토에 따라 필요한 사항은 모두 조치하고 있습니다.” “기록 검토 진행 상황과 관련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수사 기록 검토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상당부분 진행됐습니다. 검토가 끝난 후 팀별 논의를 거쳐 본격 수사를 개시할 예정입니다.”

오늘의 초점은 출국금지(출금) 대상자였습니다. 우선 직권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출국이 금지됐습니다. 직무유기 혐의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미 검찰 수사 단계에서 출금 조치를 받은 상태입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법률 미꾸라지’(김기춘), ‘법률 뱀장어’(우병우)라고 독설을 퍼부은 바 있는데 이들이 ‘한반도’에 갇힌 것입니다. 특히 잠적 중인 우병우 수석이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겠다는 게 특검팀의 입장입니다.

‘비선 진료’ 의혹을 사고 있는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과 박 대통령 자문의를 지낸 김상만 전 차움의원 원장 등도 출금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보안손님’으로 청와대를 무단출입한 ‘비선 의사’들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요리조리 빠져나가려다 위증 여부를 추궁당한 사람들입니다.

15일 브리핑을 하고 있는 이규철 특검 대변인. 뉴시스

# 대변인과 기자들의 ‘스무고개’=이 대변인은 수사상 필요한 사람 여러 명에 대해 출금을 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출금 대상자가 누구인지 개별적인 확인은 불가능하다며 손을 내저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변인과 기자들은 ‘스무고개’를 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출금) 하긴 했다는 건가.
“그렇다. 필요한 조치는 다 했다.”

-몇 명?
“숫자 말씀드리기 어렵다.”

-다섯명 이하?
“그건 곤란하다.”

-그걸 특검에서 했다는 건가.
“예.”

-언제 조치?
“말씀드리기 어렵다.”

-한 명? 여러 명?
“한 명은 아니다.”

박근혜체포단 회원들이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체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청와대 관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이 대변인은 수사 착수 시점에 대해 “아직 확정돼 있지 않지만 법상 준비기간이 20일이기 때문에 20일 종료되는 그 무렵에 개시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경우 다음주 화요일(20일) 전후가 됩니다.

4개 수사팀 중 1개팀을 지휘할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와 관련해 애당초 그를 수사팀장으로 한 것은 특검보 준하는 역할을 맡기기 위해서였나라는 질문에는 “윤 검사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것을 예상했다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적절히 배치를 한 것으로 판단해달라”고 답했습니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불응한 것과 관련해 “그 부분까지 감안해서 여러 가지 상황을 다 고려해서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강제수사 대상에 청와대 관저도 포함됐다고 봐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수사 과정상 필요한 모든 조치는 다 할 예정이다. 따라서 청와대든 어디든 간에 만약 수사에 필요하다면 그 방법도 강구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특검팀 관계자는 전례가 없어 청와대 압수수색이 가능한지, 청와대가 거부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대변인은 국회 청문회 일부 증인들의 위증 논란에 대해서는 “그 부분을 상당히 심도있게 지켜보고 있고 필요하다면 수사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15일 대치동 특검 사무실 앞에서 개성공단 폐쇄와 관련해 최순실 비선 개입 의혹 특검 수사 요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대통령 조사 입장 밝힌 박영수 특검=박 특검은 특검 기자단 소속 40개 언론사 대표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장소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 인근 중식당입니다. 낮 12시부터 50분가량 함께했습니다. 특검팀에서는 박충근 이용복 양재식 이규철 특검보와 수사지원단장도 참석했습니다.

이번 수사에 임하는 박 특검의 의지는 대단했습니다. “함께 고생하며 좋은 수사 결과가 나와 국민이 하루빨리 ‘최순실 늪’에서 벗어나길 노력해달라. 저도 노력하겠다”고 기자들에게 당부했습니다.

박 특검의 발언을 들어보겠습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독일 체류)는?
“정유라를 귀국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자진해서 오는 게 최고다.”(특검은 독일과의 수사 공조 등을 위해 독일어를 하고 독일사법체계에 정통한 변호사 1명을 특별수사관으로 채용했습니다)

-정유라에 뭘 물어보나.
“우선 이화여대 부정입학, 그리고 삼성 지원한 것도 있고, 생활관계도 물어보고.”

-현판식 날짜는?
“다음주 월·화·수 중 하려고 한다. 수사 준비기간에 충분한 검토를 해서 수사에 착수하면 바로 피의자, 참고인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은 것이 효과적이다.”

-어느 수사에 우선순위를 두나.
“그건 지금 얘기할 수가 없다. 하여튼 수사를 한 방향으로만은 안 할 거다.”

-청문회에서 새롭게 제기된 의혹은 다 보는가. 오늘 ‘청와대의 대법원장 사찰’ 의혹이 제기됐는데.
“청문회에서 나오는 것은 원칙적으로 참고해야지.”

-국회 청문회에서 이화여대 총장이 딴소리 하는데.
“누가 정유라를 부정입학시킨 건가. 그래도 교육자라는 사람들이 그렇게….”

-특검이 청문회를 다 보고 있는데.
“저 사람이 저렇게 진술하는 게 맞나. 아주 뻔한 걸 위증한단 말이야.”

-특검 수사 결론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론이 다르면 혼란 있을 수 있는데.
“우리도 법을 하는 사람이고 저쪽(헌법재판소)도 법을 하는데 그렇지 않을 거다. 큰 차이 없을 거다. 결국 법률가는 확정된 팩트에 대해 법률로 판단하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잘됐다 싶으면 굳이 다시 안하나.
“그렇다. 그런데 상황이 계속 변하니까. 어제 (청문회에서) 최순실 녹음한 거 들어보니 그런 팩트가 나오면 조사 안 할 수 없다.”

-다음주 수사 들어가면 최순실 바로 오겠네.
“바로 올지는 모르겠다. 최순실은 중요한 사람이니 몇 번 올 거다.”

-‘정호성 녹음파일’에 실제로 좀 심각한 내용 있나.
“그게 앞으로 걱정이다. 이거 공개 문제가, 마음 같아선 얘기해주고 싶은데. 내용에 관한 건 공개하는 것이 금기사항이다.”

-대통령 조사 언제 할지 관심이다.
“대통령 조사 두 번, 세 번 할 수는 없잖아. 하더라도 최대한 한 번에 끝내야지. 최대로 해도 두 번 정도. 그러려면 완벽한 준비를 해야지. 완벽히 준비한 다음에 하겠지.”

-대통령 (특검 사무실로) 부를 일은?
“대통령이 여기로 오는 것은 경호상 문제가 많다. 그래도 대통령 예우를 지켜야 한다.”(이 말은 청와대 또는 제3의 장소에서의 방문조사를 시사하는 것입니다)

박영수 특검이 15일 대치동 특검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오찬 비용은 ‘더치페이’=오찬 참석자는 기자 40명, 특검팀 6명 등입니다. 식사 메뉴는 짜장면, 짬뽕, 볶음밥 중 하나였습니다. 박 특검은 짬뽕을 주문했습니다. 5개 테이블에 탕수육도 하나씩 올라갔습니다.

간담회를 마친 뒤 식사 비용은 ‘김영란법(청탁금지법)’에 따라 각자 계산했습니다. 1인당 1만3902원씩 지불했습니다. 40여명이 계산대 앞에서 길게 줄지어 밥값을 일일이 계산하는 데 20분 이상 걸렸습니다. 식당 주인은 난감해 했습니다. “아니, 영업시간에 이러면 어떻게 합니까. 이건 영업방해입니다.” 진풍경이었습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