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6시30분. 바람이 차다. 그 시각 서울 종로5가역을 내린 어르신들이 추위에 아랑곳 않고 여전도회관 루이시실로 향한다.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가 주관하는 192차 연합 조찬예배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대개 군선교 사역자로 헌신했던 이들이다.
이날 조찬예배는 150여명이 참석했다. 육․해․공군 등서 예수 정병으로 나라와 민족을 위해 사역했고, 은퇴 후에도 여전히 젊은 군인들을 위해 기도하는 이들이다.
‘그 후에 내가 내 영을 만민에게 부어 주리니 너희 자녀들이 장래 일을 말할 것이며 너희 늙은이는 꿈을 꾸며 너희 젊은이는 이상을 볼 것이며’(요엘 2:28)
하나님은 늙은이 젊은이 할 것 없이 영을 부어주셨다. 이 예배에 참석한 원로들은 천국의 꿈을 젊은 군인들에게 알려주고자 모였다. 기도는 힘이다. 그들의 지혜는 나라와 민족을 지키는 무기다.
7시 정각. 예배가 시작됐다. 예장 고신 총회장 배굉호 목사가 열왕기상 5장 17절 본문 말씀을 주제로 설교했다. “군대 장관 나아만과 같은 믿음의 지휘관 한 사람이 젊은 군인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고 말했다.
사실 이날 예배 분위기는 무거웠다. ‘최순실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된 후 첫 예배였기 때문이다. 정치를 떠나 국가의 안위가 더 없이 걱정되는 원로 군사역자들이다.
배 목사가 “오늘의 이 사태를 보고 있자면 한국 교회가 신실한 지도자를 길러내지 못한 것이 새삼 후회스럽다”며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하나님께서 통치하는 나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조찬기도회의 특징은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는 것이다.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온 이들은 신앙, 국가, 군대, 자유에 대한 염원이 애국가에 녹아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이 순간만큼은 정자세로 힘을 다해 부른다. 독수리 같이 눈동자가 빛났다.
퇴역한 이들은 계급이 없다. 다만 노년의 지혜가 계급이다. 청년과 군인을 위해 새벽을 가르고 집을 나섰고, 연금을 아껴 그들을 위해 헌금했다. 그리고 예배가 끝나자 지하 식당에서 시래기 국밥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조찬기도회의 조찬이란 이런 것이다.
전정희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