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압박이 많고 경쟁이 심한 환경에서 자란다고 들었어요. 어린 시절 즐거움과 공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동청소년 소설 ‘윔피 키드’(원제: Diary of a Whimpy Kid) 시리즈의 작가 제프 키니(45·미국)가 11번째 ‘무모한 도전일기’(미래엔 아이세움)의 국내 출판에 맞춰 처음 한국을 찾았다.
13일 서울 중구 산다미아노 북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만화광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만화에 빠졌다. 만화를 통해 신화와 각국의 역사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만화 입문은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같은 슈퍼어히로물이었지만 그 후 ‘도널드 덕’ 같은 만화를 좋아하게 됐다. 내겐 슈퍼히어로보다는 도널드 덕이나 스크루지 맥덕(도널드 덕의 삼촌)같은 작고 볼품없는 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윔피 키드’ 시리즈는 소심한 중학생 그레그가 써내려가는 일기 형식의 만화소설이다. 소설 속 만화는 재미를 위한 삽화가 아니라 텍스트와 비슷한 비중을 차지할 만큼 중요하다. 2004년 인터넷에 연재돼 높은 인기를 끈 뒤 2007년 1권 ‘학교생활 일기’가 정식 발간됐다. 11권까지 전세계 48개국에서 1억8000만부의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영화로도 3편이 만들어졌다. 2012년 영국의 ‘블루피터 북 어워드’ 최고의 어린이책 부문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눌렀다. 그리고 작가 키니는 지난 4월 포브스가 발표한 지난 1년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아동작가 리스트에서 작년 한해동안 1950만달러(224억원)를 벌어들이며 1900만달러(218억원)를 번 롤링을 제쳤다.
그는 “만화가를 꿈꿔서 대학 졸업 후 신문사에 만화를 그려보냈지만 번번이 퇴짜 맞았다. 내 그림 실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열두세살 아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아예 아이처럼 그려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바로 ‘윔피 키드’ 시리즈였다. 주인공 그레그는 소심하고 결점 많은 학생이었던 내 어린 시절이 투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이 작품은 어른 독자들을 타깃으로 했다. 어른이 되어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출판사의 권유로 내용은 그대로 두고 어린이용으로 출간했는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면서 “내가 여전히 어린이의 감성을 가진 것 같다. 지금도 ‘윔피 키드’ 시리즈를 쓸 때 아이들 눈높이에서 생각하려고 애쓴다”고 덧붙였다.
그는 엄청난 인세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3년부터 보스턴 인근 플레인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서점 안에는 ‘윔피 키드’ 시리즈를 집필하는 서재와 함께 유명 작가들을 초청해 컨퍼런스를 여는 공간 등도 있다. 그는 “내가 서점을 운영하는 이유는 지역 공동체가 모일 수 있고 아이들에게 책을 가까이 하도록 하기 위해서다”면서 “플레인빌은 작은 동네인데다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서점은 경제적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 하지만 서점을 운영하는 것은 내가 동경하는 만화가와 작가 등을 초청해 행사를 여는 등 이기적인 이유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기쁘게 만든다”고 웃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