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문태국(22·사진△)이 금호아트홀의 2017년 상주음악가로 선정됐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제도는 젊고 재능있는 연주자를 선정해 깊이있는 음악작업을 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동안 피아니스트 김다솔·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조진주가 거쳐갔다. 문태국은 내년 1월 12일 신년음악회를 시작으로 총 5차례 금호아트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문태국은 12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첼로의 다양한 매력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제 연주가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관객들에게 잠시나마 공감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첼로가 바이올린과 비교해 기교는 부족하다는 오해가 있지만 첼로 역시 기교면에서 바이올린 못지 않다는 것도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 클래식계에서 빅3 악기 가운데 피아노와 바이올린 부문은 젊은 스타 연주자가 꾸준히 배출되고 있지만 첼로에서는 지휘자로 전향한 장한나 이후 그다지 눈에 띄는 연주자가 없었다. 2004년 금호영재 독주회로 데뷔한 문태국은 2014년 20살에 파블로 카잘스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1위를 차지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해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을 졸업하고 독일 유학을 앞둔 그는 최근 야노스 슈타커 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차세대 첼리스트로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20세기 3대 첼로 거장 가운데 한 명인 야노스 슈타커(1924~2013)를 기리는 이 상은 올해 제정됐으며 30세 미만의 전도유망한 첼리스트를 지원한다. 문태국은 제1회 수상자로 선정돼 장학금 2만5000달러(약 2900만원)와 미국 연주를 지원받게 됐다. 지난해부터 삼성문화재단의 후원으로 밀란 1697년산 지오반니 그란치노도 사용하고 있다.
그는 “어릴 때 부모님의 권유로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점점 첼로가 좋아져 이제는 형제처럼 느껴진다. 좋은 첼리스트가 되는 게 평생의 목표지만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면서 “미국에선 학생이라는 느낌이 강했지만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연주 활동을 하면서 전문 연주자라는 자각을 조금씩 하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또래보다 성숙한 그는 지난 8월 8세 연상의 피아니스트 노예진(30)과 결혼했다. 그는 “결혼 이후 특별히 바뀐 것은 없다. 오히려 서로 배려하고 챙겨주기 때문에 연주를 앞두고 부담감이 훨씬 덜한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내년 금호아트홀에서 가지는 5번의 음악회 가운데 4월 20일 프로코피예프 등 러시아 작곡가의 작품만 모은 연주회에 아내와 함께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이외에 8월 10일 절친한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과 함께 하는 ‘첼로 & 바이올린 듀오’, 10월 12일 이미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활동한 선우예권·조진주과 함께 하는 피아노 트리오, 11월 16일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연주를 가질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