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추격에 마음 급해진 문재인, ‘집토끼 잡자’

입력 2016-12-12 15:38
뉴시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성남시장의 상승세에 긴장하는 모양새다. 이 시장의 추격이 심상찮다는 점을 감지한 듯 문 전 대표가 집토끼 지키기에도 부쩍 신경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매일경제·MBN '레이더P' 의뢰로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 전국 2,5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12월 1주차 주간 집계 여야 차기 지지도(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13.1%)에서 문 전 대표가 지난주 주간집계 대비 2.3%p 상승한 23.1%를 기록 지난 6월 2주차(24.1%) 이후 약 6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면서 6주 연속 1위를 지켰다.

이 시장은 전주 대비 1.5%p 오른 16.2%로 4주 연속 상승하며 자신의 주간 최고치를 경신했고, 2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18.8%)과의 격차도 2.6%p까지 좁히며 3위를 이어갔다.

또 한국갤럽이 지난 6~8일 전국 성인 1,012명을 상대로 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27%)에서 문 전 대표는 반 총장과 함께 나란히 각 20%를 기록했고 이 시장은 이들과 2%p 낮은 18%를 기록했다.

이처럼 상승세를 탄 이 시장이 턱밑까지 쫓아오자 문 전 대표의 입장이 다급해진 것 같다. 문 전 대표는 야권 대선후보 중 선두주자란 점에서 박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의 최대 수혜자가 돼야 했다. 그런데도 지지율이 20% 박스권에서 정체되고 있고,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던 이 시장이 갑자기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 탄핵 국면의 파괴력을 감안하면 여권 주자로 분류되는 반 총장의 지지율은 크게 떨어지는 동시에 야권의 선두인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최소한 30%선에는 도달했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반 총장의 지지율도 문 전 대표와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당초 이 시장의 과격한 발언과 야권주자로서의 선명성 때문에 확장성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탄핵 국면에서 이 시장은 치고 올라갔고, 답보 상태를 보인 문 전 대표의 확장성이 오히려 더 부족한 것 아니냐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문 전 대표의 호남지역 지지 회복세도 더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시장이 전날 호남을 방문해 세몰이를 시작했고 이에 따라 문 전 대표 측의 이 시장에 대한 경계심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 전 대표가 전날 "시민사회가 참여한 가운데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청산과 개혁을 위한 입법과제를 선정하고 추진하자"며 '사회개혁기구'를 제안한 점 역시 이 시장을 의식한 '집토끼 잡기'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그간 문 전 대표는 본선에 대비해 중도층으로의 확장을 꾀하며 '산토끼 잡기'에 주력해왔는데 이 시장의 선전 때문에 당내 경선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급진적인 시민사회의 의견까지 수렴하겠다면서 집토끼 단속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진보 성향의 대의원과 당원들의 표심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이 시장이 당내 경선 시 결선투표를 거론하며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등과의 후보단일화까지 시사하고 있어 문 전 대표의 위기감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쳐지던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의 경쟁이 이젠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양상으로 치달을 수도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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