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이 북한 핵 문제 안 도와줘” 맹비난

입력 2016-12-12 09:2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37년 간 미국 정부가 유지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북한 핵 문제 등과 연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핵 문제나 미·중 무역마찰, 남중국해 갈등 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하나의 중국 원칙까지 재검토할 수도 있다는 것이어서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만 무역 문제를 포함해 다른 사안들과 관련한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왜 미국이 이 원칙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나의 중국’은 ‘중국 대륙과 홍콩, 마카오, 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고, 합법적인 중국 정부도 하나’라는 원칙을 말한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면서 이 원칙을 준수해 대만과 관계를 단절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은 북한과 관련해 미국을 전혀 안 도와준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고, 중국이 그 문제를 풀 수 있는데 그들은 도와주지 않는다”고 중국을 비난했다. 그는 또 “미국은 중국의 통화 평가절하와 고율의 관세부과,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이 자신과 차이잉원 대만총통의 전화통화를 비판한 데 대해 “중국이 나한테 뭐라 지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한편 ‘러시아가 트럼프의 당선을 돕기 위해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CIA의 결론에 대해 “웃기는 얘기”라며 “해킹이라는 문제는 흥미롭지만 러시아의 소행인지, 중국의 소행인지, 또 다른 누구의 소행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미 의회에서는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이례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의 상원의원 4명이 공동성명까지 발표했다. 공화당에서는 상원 군사위원장이자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낸 존 매케인 의원과 올해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중도 탈락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민주당에서는 상원 원내대표 내정자인 찰스 슈머 의원과 잭 리드 상원의원이 각각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러시아가 미국 선거에 개입했다는 보도에 모든 미국인들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최근 사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유사한 사이버공격을 막기 위해 종합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사진=AP뉴시스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달 20일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 조사를 완료하라고 CIA에 지시했다.
앞서 CIA는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민주당 전국위원회 이메일을 폭로한 것은 트럼프의 승리를 위해 러시아가 개입한 탓으로 결론내렸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9일 보도했다.

이와 관련 마이클 맥파울 전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는 11일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인 2011년 12월 러시아 총선에 개입한 것으로 믿고 있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해왔고 사석에서 나도 들었다”며 “푸틴이 클린턴에게 복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