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로 술병 모양’ 앱솔루트 보드카 광고 논란

입력 2016-12-11 15:20 수정 2016-12-11 20:00

세계적인 보드카 브랜드 앱솔루트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위한 촛불집회를 광고에 이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성숙한 시민의 모습을 한국의 상징적인 이미지로 내세운 것이지만 “엄숙한 시위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이 적지 않다.

앱솔루트보드카는 10일 한국어 페이스북에 ‘앱솔루트 코리아’라는 카피문구를 내세운 광고 이미지를 게시했다. 서울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운 촛불 물결이 보드카 병 모양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The future is yours to create(미래는 당신이 만드는 것)’이란 문구와 ‘Enjoy responsibly(책임감 있게 즐기다)’라는 문구도 덧붙였다.

보드카 병 모양을 시각화하고  ‘앱솔루트’ 뒤에 다른 단어를 덧붙이는 형식은 앱솔루트 보드카 광고의 특징이다. 특히 각 나라나 도시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활용한 광고 시리즈가 유명하다. 9·11 테러 당시엔 두 병의 보드카 모양을 이용한 추모 광고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보스턴 티 파티 사건’을 연상시키는 앱솔루트 보드카 광고.

뉴욕의 상징인 노란 택시를 이용한 앱솔루트 보드카 광고.

방콕의 명물 수상시장을 이용한 앱솔루트 보드카 광고.

9·11 테러 사건 추모를 위한 앱솔루트 보드카 광고.

서울을 소재로한 광고도 있다. 푸른 하늘에 떠있는 방패연에 보드카 병 모양으로 구멍이 뚫린 모습이다.

이번 ‘앱솔루트 코리아’ 광고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한국의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문화로 주목받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기준 페이스북에서 2000번 이상 공유된 이 광고는 상반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네티즌들은 “앱솔루트에 걸맞는 아이디어”라거나 “참신하다”고 감탄했다.

반면 대다수 네티즌들은 탄핵 정국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불쾌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백만개의 촛불이 그저 한 회사의 상업적 광고로 쓰이는 상황이라니” “아이디어는 감탄할만 하지만 시국과는 맞지 않는다” “월드컵과 같은 축제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저 촛불들 속에는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이 있다”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특히 “앱솔루트 보드카가 촛불집회를 조금이라도 지원했더라면 이 광고가 ‘민주주의적 미래를 위해 달리는 한국인의 힘’을 적절히 자사 이미지와 융합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단지 저 사진과 시국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뿐이니 외국인 입장에서도 눈살 찌푸려진다”는 한 외국인 네티즌의 댓글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쿨하게 넘어가면 좋겠지만 광고 포스터를 시기적절하게 드러내지 못한 앱솔루트 측이 한국의 감성을 좀 더 잘 읽었어야 한다”고 적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