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멋진 남자 김보성, 피멍 든 얼굴로 “괜찮아!”

입력 2016-12-11 11:27 수정 2016-12-11 11:37
김보성 / 사진=로드FC 제공

얼굴에 피멍이 들었지만 표정은 여전히 당당했다. 그나마 잘 보이는 오른쪽 눈을 맞았지만 자신의 패배로 소아암 환아들이 실망하지 않았을까를 먼저 걱정했다. 배우 김보성(50)이 종합격투기 로드FC 데뷔전을 마치고 얼굴 사진을 공개해 팬들에게 인사했다.

 로드FC는 11일 병원 응급실 앞에서 촬영한 김보성의 사진을 보도자료로 배포하고 “경기를 마치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안와골절상 진단을 받았다. 눈뼈가 골절돼 수술할 위기에 놓였다”고 밝혔다. 안와골은 눈 주변을 둘러싼 뼈다. 안와골절상은 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치명상이다.

 김보성은 왼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6급 시각장애인이다. 전날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로드FC 035 웰터급매치 데뷔전에서 일본 파이터 곤도 데츠오(48)의 펀치에 오른쪽 눈을 맞았다. 1라운드를 채우지 못한 채 패배했다.

 두 눈을 모두 사용하지 못할지도 모를 위기에서 김보성은 팬들을 안심하게 만들려는 듯 피멍이 들고 부은 얼굴로 주먹을 불끈 쥐고 사진을 촬영했다. 평소 자신감 넘치는 김보성 특유의 남성성이 사진에 그대로 담겼다. 자신의 몸 상태보다 소아암 어린이들을 먼저 걱정했다. 그는 “끝까지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사진=로드FC 제공

 김보성의 본업은 배우다. 주로 액션영화에서 맹활약했다. 2013년 영화 영웅에서 동반 출연한 러시아 파이터 예밀리야넨코 표도르(40)와 친분도 쌓았다. 평소 태권도와 복싱으로 몸을 단련했다. 구레나룻을 길게 기르고 선글라스를 벗지 않으면서 ‘의리’를 외치는 김보성의 행동은 다소 과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 기부와 선행으로 덕망을 쌓은 ‘기부천사’다.

 세월호 유족을 위해 빚을 내 2000만원을 기부한 일화는 유명하다. 2007년 명예경찰 경사였던 김보성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강력반 형사들과 잠복해 화성 살인미수 사건의 범인을 검거한 공을 인정받아 2010년 경위로 승진하기도 했다.

 김보성은 지난해 6월 로드 FC와 출전 계약을 맺고 데뷔전을 준비했다. 이유는 대전료 전액을 소아암환자의 수술비로 기부하기 위해서다. 김보성은 “한 아이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다”며 “40~50대 중년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