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외 변수가 줄줄이 대기하면서 시장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 장기화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일 탄핵 결과가 반영된 국제 금융시장도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7.4원 오른 1165.9원에 거래를 마쳤다. 비교적 큰 폭의 상승이 이뤄졌지만, 이는 탄핵 이슈보다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연장 결정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2004년 3월 고(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당시에는 원·달러 환율이 11원 이상 뛰어오른 바 있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31%(6.38포인트) 하락한 2024.69에 장을 마쳤다. 노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당일 코스피가 2.4% 급락한 것에 비하면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였다.
채권시장에서도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큰 폭의 오름세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211%로 전일 대비 0.048%포인트 상승했다.
11일 한국은행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5.5원 상승한 1168.8원을 기록했고, 외평채금리 10년물은 0.06%포인트 상승한 2.63%를 나타냈다. 탄핵 이슈보다는 달러화 강세 및 미 국채금리 상승 등 대외요인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국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42.5bp(1bp=0.01%포인트)로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 등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 주는 금융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의 상승은 국외채권을 발행할 때 그만큼 비용이 더 드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은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물의 지표가 요동치지 않은 만큼, 12일 개장하는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후폭풍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국내경기의 하방위험이 커지고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은 여전하다.
당장 13∼1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이 기다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 되고 있으나, 그 속도와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해 재정확대 정책이 본격화되면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0.50% 수준. 연준이 내년 0.25%씩 3차례 인상한다면 우리 기준금리(1.25%)를 따라잡게 된다. 이 경우 내외금리차 축소로 국내 투자된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다.
또 시장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 국내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돼 경제 부양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여기에 경제 문제를 책임지고 총괄할 '콘트롤타워'가 엉성한 점도 문제다. 앞서 박 대통령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새 부총리로 내정했지만, 각종 정치 현안에 밀려 한달 이상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내정자가 어색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와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향후 소비나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 있고 이를 막을 노력들이 1차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경기가 급속히 위축되지 않도록 경기 부양조치 취해야 하며, 경제부총리 인선 등 교통정리를 통해 위기관리, 경제정책을 추진하는데 차질 없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당국은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금융 시장의 위험 요인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임 위원장은 은행의 외화 유동성 상황을 확인하는 등 금융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방안을 점검한다.
12일에는 서울 여의도 금감원 대회의실에서 최근 금융권 상황과 가계부채, 구조조정 등 경제 리스크 관리방향을 살피고 13일에는 은행업권과 보험업권, 금융투자업권 등을 나눠 업권별 리스크도 점검한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