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죽(風竹)의 문인화가 후강(後剛) 권윤희(56) 작가가 서울 인사동에서 ‘希顯의 얼-그리움이 그림으로’란 타이틀로 초대전을 연다.
오는 14일부터 20일까지 라메르 갤러리 2층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는 권 작가의 풍죽 작품 35점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2014년 서울 인사동과 전북 전주에서 잇따라 연 ‘파란 댓잎소리가 들리네’에 이은 두 번째 개인전이다.
풍죽은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를 말한다. 권 작가는 시련의 극복과 절개를 상징하는 풍죽 문인화만을 그려왔다.
스승인 우산 송하경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권 작가의 풍죽세계에 대해 “거친 시대상황과 어제를 일관했던 역사적 사실들이 그의 내적 예지와 영혼을 통해 여과될 겨를도 없이 배설되어 나오는 일종의 격정이요 열광이나 다름없다”고 극찬했다.
풍죽의 대가인 강암(剛菴) 송성용(1913~99) 선생을 사사한 권 작가는 대한민국 서예대전을 비롯해 서예문인화 대전·강암 서예대전 등의 초대작가로 활동했다. 학문적으로도 강암 선생의 풍죽을 유가미학적인 측면에서 고찰한 논문으로 2010년 철학박사를 학위를 받았고 2014년에는 ‘강암의 풍죽’이란 작품집을 발간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모교인 전주 신흥고등학교 재경동문회 초대전 형식으로 마련됐다. 전시 제목에 들어있는 ‘希顯(희현)’은 ‘바라고 강구하는 마음’이란 뜻으로 116년의 역사를 가진 신흥고가 1906년 자리 잡았던 희현당 터에서 따왔다. 희현당은 1700년(숙종 26년) 관찰사 김시걸이 생원과 진사들의 모임 장소였던 사마재(司馬齋) 자리에 창설한 학당이다.
권 작가는 “우리 희현인은 1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긍지로 삼고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다”며 “서울 전시가 필자가 가는 길에서 만난 풍죽이 우리 희현의 얼을 되살리는 데 조금 이라도 기여가 된다면 그만한 보람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전시에 이어 내년 2월 10~16일 전북 전주시 전북예술회관에서도 같은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