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자국 선수 1000여명 도핑테스트 불법 통과시켜” 주장 나와

입력 2016-12-10 00:05
러시아가 소변 샘플을 바꿔치기하는 방법으로 자국 선수들을 국제 대회 도핑 테스트에서 불법적으로 통과시켰다는 증언이 나왔다. 연루된 선수만 30여개 종목에서 100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반도핑기구 소속인 리처드 맥라렌 교수가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 정부, 기관의 조직적 도핑 연루 사건을 폭로하고 있다. AP뉴시스


 세계반도핑기구(WADA) 독립위원회를 이끄는 캐나다 법학교수 리처드 맥라렌은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이 내용을 담긴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맥라렌 교수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러시아 체육부, 반도핑기구, 연방안보국(FSB) 등이 공모해 1000여명의 선수 소변을 바꿔치기하는 방법으로 도핑 테스트를 피했다며 관련자의 이메일과 서류, 전문가 분석 내용 등을 제시했다. 1166건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다.

2012년 8월 10일 영국 런던올림픽에서 한 러시아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AP뉴시스


 맥라렌 교수는 “부정행위가 언제부터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며 “수년간 국제 스포츠 대회는 러시아 선수에게 장악됐고 다른 코치와 선수는 불공정한 시합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DNA 검사를 포함한 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 기법으로 소변 샘플이 바뀌거나 중간에 개봉됐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증거를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4년 2월 21일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이 열린 끄란스나야 뽈랴나 리조트의 로사 크후토 알파인센터로 가는 곤돌라에 오륜기가 그려져있다. AP뉴시스


 보고서에는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15명의 러시아 선수가 소변 샘플을 조작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금메달 4관왕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라렌 교수는 브라질 리우 올림픽을 코앞에 둔 지난 7월 러시아 선수단의 금지 약물 복용 실태를 폭로했다. 당시 5개 하계 종목을 포함해 8개 종목과 27개 샘플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WADA는 이들의 리우 올림픽 출전 금지를 결정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한발 물러나 연맹별로 출전 허용 여부를 판단케 했다.

 이번 2차 폭로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러시아 선수단 참가 여부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IOC는 맥라렌의 2차 보고서를 검토한 뒤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