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9일 전국에서 환영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 대통령 즉각 퇴진 및 구속 등으로 요구 수위를 높이며 야당의 분발을 촉구했고 ‘떡볶이 공짜' ‘호텔 객실 무료’ 등으로 탄핵안 가결을 자축하는 상인이나 호텔도 있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성명서를 내고 “탄핵 가결은 지난 4년간 쌓여온 민심의 분노를 반영한 당연한 결과다. 범죄자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고 주장했다.
전북본부는 이어 “박근혜가 있을 곳은 청와대가 아닌 감옥이다. 이번 탄핵은 전적으로 민중의 힘이다. 야당은 자만하지 마라”고 덧붙였다.
전주시 효자동 한 분식집에서는 ‘박근혜 탄핵안 국회 통과되는 날, 떡볶이 공짜'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무료로 떡볶이를 제공했다. 중앙동 한 커피숍에서는 아메리카노를 500원에 판매했다. 커피숍 주인 김모(28)씨는 “오늘은 돈을 벌지 않아도 괜찮다. 팔면 팔수록 손해지만 이렇게라도 우리 국민의 승리를 기념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새누리당 광주시당 앞에서 대형 TV스크린으로 개표 결과를 지켜본 회사원 이석(39)씨는 “대학이나 취업 합격자 발표만큼이나 살 떨리는 1시간이었다”며 “헌법재판소가 국민들의 여론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조속히 인용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민들의 반응은 환호와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박근혜 퇴진 대구시민행동’은 “탄핵 가결은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민심의 반영”이라며 “탄핵안 가결이 끝이 아니라 ‘진짜 싸움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구시민행동 서승엽 공동운영위원장은 “기자회견장에 모인 시민들이 정말 좋아했다”며 “한고비를 넘겨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시국대회를 준비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박근혜 대통령 퇴진까지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저항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백모(38)씨는 대구에 사는 친구들과 만든 휴대전화 메신저 단체 채팅 방에 가결 소식을 전하며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오늘 같은 날 축배를 들어야. 대구로 간다”고 글을 올렸고 이를 본 친구들은 “오늘 기분이 좋다”며 백씨의 글에 동조했다.
그러나 서문시장 상인 이모(50·여)씨는 “박 대통령이 잘못한 것도 있지만 탄핵이 가결된 것을 보니 마음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보수단체인 대한민국박대모(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모임) 한 경북지역 간부는 SNS에 “10일 광화문에서 활복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부산시민 1000여명은 9일 오후 7시30분 서면 쥬디스태화 앞 도로에 모여 촛불집회를 이어갔다.
시민들은 ‘내각 총 사퇴! 과도내각 수립’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부산법원까지 4㎞ 행진을 했다. 참가자들은 구호를 탄핵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서 “박근혜 대통령 즉각 구속”으로 바꿨다.
이날 탄핵이 가결된 직후 부산 해운대의 한 비즈니스호텔은 ‘전객실 무료’라는 홍보물을 호텔 앞에 곧바로 내걸었다. 이 호텔은 이날 51개 룸을 모두 무료로 제공키로 했다.
고리원전이 있는 기장군은 이날 탄핵안 가결 직후 오규석 군수와 간부들이 고리원전 상황실을 찾아 현장 안전검검을 실시했다. 이어 오후 8시 긴급 간부회의를 갖고 전 직원들이 3개조로 나눠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이날 대도민 메시지를 통해 “국회의 탄핵안 의결은 대통령 개인 문제를 넘어 지금까지 운영돼 온 국정시스템 전반에 대한 탄핵”이라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근본적이고 과감한 개혁을 국민이 명령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주 삼겹살거리발전위원회 김동진 회장(51)은 그가 운영하는 식당 안팎에 ‘탄핵 가결 기념 승리 소주 1000원’이라고 쓴 안내문을 붙였다. 김 회장은 “주권자인 대한민국 국민은 위대하다”며 “물에 빠진 민주를 건졌으니 이제는 죽어가는 민생을 살리자”고 말했다.
대구·부산·부산·청주=최일영 윤봉학 김용권 홍성헌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