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부근에 ‘休서울이동노동자쉼터' 1호가 문을 열었다. 퀵서비스, 대리기사 같은 이동노동자들이 오다가다 들러 쉴 수 있는 공간이다.
휴서울이동노동자쉼터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4년 이동노동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땅히 쉴 곳이 없어 현금인출기코너나 편의점 등에서 땀을 식히거나 잠시나마 숨을 돌려야 한다는 얘기를 들고 대책 마련을 지시해 탄생했다.
쉼터에는 전신‧발마사지기, 휴대폰충전기 등 이동노동자들에게 꼭 필요했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건강, 금융복지 상담도 받을 수 있어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9개월 간 8052명(일 평균 47명)이 이곳을 찾았다.
대리기사 최모씨는 “기사들한테 소문이 나서 호기심에 와봤다가 요즘은 거의 매일 오고 있다. 더운 여름엔 잠시나마 땀 식힐 수 있고 추운 겨울엔 따뜻한 차 한 잔 마실 수 있어서 고마운 시설”이라며 “대리기사 간 교류가 거의 없었는데 여기 와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마음에 여유도 생긴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런 호응에 힘입어 장교동과 합정동에 각각 2, 3호점 조성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가 이처럼 비용이나 효율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인본(人本)'을 실현한 69개 대표 혁신정책을 ‘서울, 인본을 꿈꾸다 인본(人本)백서’라는 책에 담아 발간했다고 9일 밝혔다.
시는 2013년부터 매년 서울혁신백서를 정기발간하고 있는데 올해는 ‘인본(人本)'을 주제로 정해 대표적인 사례들을 모았다.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과 독거어르신들의 대형세탁을 돕기 위해 2015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 중인 ‘이동식 이불빨래방', 노숙인의 알코올 중독 문제 해결을 통해 사회복귀를 돕고자 2013년 전국 최초로 문을 연 ‘알코올회복 재활센터', 최중증 독거 장애인을 위한 전국 최초 ‘24시간 안심케어 서비스', 3여년간 833만명이 이용하며 필수 야간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한 ‘올빼미버스' 등 작지만 시민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 대표 사례들을 10개 분야로 나눠 소개한다.
10개 분야는 ①노숙인(희망의 자립) ②저소득층(행복한 나눔) ③장애인(배려와 공존) ④근로자(신나는 일터) ⑤아동‧청년(꿈꾸는 도약) ⑥여성(당당한 미소) ⑦가족(따뜻한 관심) ⑧어르신(설레는 앵콜) ⑨다문화(하나의 동행) ⑩이주민‧유가족(치유와 화합)이다.
각 분야별로 올빼미버스 기사, 마을세무사,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 등 최일선에서 정책을 실행하는 근무자들과의 인터뷰를 실어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각 정책별 성과는 인포그래픽을 통해 보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팁(Tip)을 통해 시민이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관련 기관, 홈페이지, 담당부서 등도 함께 안내하고 있다. 책 마지막에서는 별도 페이지로 청책토론회, 시장과의 주말데이트 등 인본정책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의 소통 정책들을 소개한다.
‘인본(人本)백서’는 세계 인권의 날인 10일 서울시 홈페이지(ebook.seoul.go.kr)에서 전자책(e북)으로 볼 수 있다. 자치구 주민센터 민원실, 공공도서관 등 오프라인에서는 15일부터 만날 수 있다.
종이책은 5000원으로 서울도서관 내 시정간행물 판매코너, 서울시청 시민청 내 서울책방, 정부 간행물 판매센터에서 구입할 수 있다.
박원순 시장은 “사람이 존중받는 도시를 만드는 게 모든 행정사회의 근본이자 기본이며, 작지만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인본(人本)은 시작된다”며 “누구나, 매 순간, 어느 상황에서든지 사람이 먼저 존중받고 배려받는 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재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제도적 보완을 해나가는 등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