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탄핵'과 '박근혜 탄핵' 정반대 풍경 펼쳐질까

입력 2016-12-08 17:31 수정 2016-12-09 00:01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의 날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8일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면서 표결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온 국민의 관심이 이제 국회로 쏠렸습니다. 탄핵안 가결이냐 부결이냐에 정국이 요동칠 것입니다. 엄청난 혼란을 예상하지만 지켜 볼 일입니다. 

국민들은 탄핵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2004년 3월12일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입니다. 당시와 이번 탄핵안 처리는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당시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면서 2004년 3월 9일 오후 3시49분 159명의 의원이 탄핵안을 발의했습니다. 그리고 3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오후 6시27분 본회의에 보고됐습니다. 수적으로 절대적 열세를 보이던 열린우리당은 탄핵안 자동폐기를 위해 72시간 버티기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3월 12일 새벽 3시 50분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기습적으로 점거한 뒤 이날 오전 11시56분 찬성 193표(당시 가결정족수 181표)로 가결됐습니다. 여당 의원들은 몸싸움을 벌이며 절규했지만 압도적인 수적 열세로 밀리고 말았습니다.

당시 탄핵안 처리 영상과 사진을 보면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국회의장석을 차지한 야당의원들을 끌어내기 위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몸을 던졌고, 이에 여당 의원들은 필사적으로 이들을 막아냈습니다. 영상에는 이장면을 지켜보는 당시 박근혜 의원의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이런 아비규환 속에 박관용 국회의장은 탄핵안 가결을 선언하며 “대한민국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전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도 당시 박 의장의 말은 유효합니다. 하지만 이날 탄핵안 표결은 12년 전과는 다른 모습일 겁니다. 몸싸움과 절규 대신 여느 법안 표결 때처럼 그런 광경이 펼쳐지리라 예상됩니다. 12년 전 탄핵은 정략적 성격이었지만 이번은 촛불민심에 밀린 국회가 대통령과 정국의 향배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이 어느 방향으로 전진할지 오후 3시 이후 결판 날 것으로 보입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