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 작가 황선영이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영국 차드웰 어워드(The Chadwell Award)에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
차드웰 어워드(The Chadwell Award)는 매년 영국 미술 대학원의 현년도 졸업생 가운데 한 명을 선정해 1년 동안 런던에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개인 작업실과 5000파운드(한화 약 750만 원)의 지원금, 그리고 런던에서의 개인전을 지원한다. 영국 왕실 고문 변호사이자 미술 컬렉터인 앤드류 포스트(Andrew Post)와 그의 부인인 메리 에일머(Mary Aylmer)에 의해 후원되는 이 상은 영국 왕립예술 학교(Royal College of Art), 영국 왕립 예술원(Royal Academy Schools), 슬래이드 미술대학(Slade School of Fine Art)의 현년도 석사 졸업생들에게 지원 기회를 한정함으로써 그 해 영국 미술 석사 졸업생 가운데 가장 뛰어난 한 명만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다.
올해의 수상자 황선영 작가는 런던대(UCL)의 슬래이드 미술대학(Slade School of Fine Art)에서 1등급 우등 학사학위(First Class Honours)를 받았으며 올 7월 영국 왕립예술 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페인팅 석사과정을 마친 후 국내외를 오가며 활발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 올해 아이슬란드, 영국, 프랑스에서의 전시회에 참여했으며, 내년 봄과 가을, 서울과 런던에서의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황선영 작가의 작품은 주로 아주 크거나, 아주 작은 캔버스 위에 아크릴과 유화로 그려지는 추상화로 인지 가능한 영역들 사이 혹은 그 이면에 은밀히 존재하는 추상적인 요소들의 시각화를 통해 비가시적 영역에 도달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황선영 작가는 “’부재’는 보이지 않을 뿐 사실은 ‘존재’하는 것이며 ‘비어 있음’은 보이지 않게 ‘가득 찬’ 것이다. 더 나아가 가시적인 것들은 비가시적인 것들의 ‘울림’이다”며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은 사실 그 이면에 존재하는 무형적 요소들의 울림일 뿐”이라고 말한다.
황선영 작가의 작업은 원초적인 욕구이다. 작가는 본인의 육체적, 감각적, 심리적 경험들로부터 추출한 추상적 이미지들을 스케치나 드로잉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대형 캔버스 위에 쌓아가는 방식을 택한다. 하나의 그림 안에서도 무수히 많은 실수와 좌절, 실패를 경험하게 되고 그 흔적은 아무리 덮고 가리려고 해도 드러나지기 마련으로 황선영 작가의 작업에서 이러한 흔적일지도 모를 붓 자국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는 완성된 이미지가 보여주는 결과보다 하나의 이미지에 도달하기 위한 직관적인 과정 자체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황선영 작가의 작업관 때문이다. 작가는 다음 이미지를 쌓을 때 필요에 의해서 선별적으로 흔적들을 남겨두기도 하며 이러한 반복 끝에 종착지를 모르던 작품의 여정이 마무리된다. 황선영 작가의 작품을 통해 최종 이미지에 도달하기까지 캔버스 안에서 겪어온 수많은 실패와 성취, 감정과 경험의 ‘합’을 찾아 볼 수 있다.
콘텐츠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