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김연아를 좋아하지 않는다”던 과거의 발언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모호한 대답으로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김 전 차관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최순실 국조특위)’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한때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한국 체육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김 전 차관은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김연아의 미운털 논란, 박태환의 2016 리우올림픽 출전 포기 압박과 관련한 질의를 받았다.
김 전 차관은 새누리당 최교일 의원으로부터 “김연아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게 사실이냐”는 질문을 받고 “김연아와 그의 팬들에게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왜 좋아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건 내가 말하기 좀 그렇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 전 차관은 그동안 “김연아를 좋아하지 않는다”던 과거의 발언을 부인했다. 이 발언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김연아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진 이유에 대해 “내가 말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해 논란을 키웠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 선에서 말할 수 없다’ 또는 ‘다른 누군가에게서 대답을 들으라’는 취지로 들릴 수 있는 발언이었다. 김 전 차관 배후, 즉 국정농단 세력의 누군가가 김연아에게 미운털을 박은 게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국정농단 세력 중 누군가가 김연아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들렸다” “이제 와서 김연아나 박태환에게 사과해도 되돌릴 수 없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김 전 차관은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 포기 압력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박태환 측에서 리우올림픽을 보내 달라고 했다. 나는 그렇게 말할 입장이 아니라고 답했다”며 “박태환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한 표현이 잘못됐다. 박태환 측에서 잘못 받아들인 것 같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