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부국을 꿈꾸었던 상인 변광조 이야기-'상인의 전쟁'

입력 2016-12-07 11:32 수정 2016-12-07 11:42

'상인의 전쟁'(1·2권)은 임진왜란을 정치·외교가 아닌 경제사적 관점에서 조명한 특이한 역사소설이다. 중계무역 강국이던 유구국(현 오키나와)의 조선 출생 대상(大商)이 이순신을 도우며 광해-선조 간 권력투쟁과 고니시-조선 간 반간계(反間計) 싸움의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조선에 전란이 일어나자 유구국 대상 변광조가 돈을 벌 목적으로 조선반도로 건너온다. 그는 조선의 노비 아들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명나라로 건너가 일찍부터 장사에 눈을 떴고, 오랜 해적생활을 했으며, 나중에는 중계무역으로 큰 돈을 번 인물이다. 변광조는 일본이 조선을 삼킬 경우 자기가 구축한 상로(商路)가 쓸모없게 된다는 것을 알고 일본 수군의 서진을 막고 있던 이순신을 적극 돕게 된다.

동양 최고의 도자기 기술을 가진 조선의 사기장들이 만들어내는 도기와 자기의 상품 가치를 알아 본 그는 왜군이 납치하려는 사기장들을 미리 강화도로 피신시켜 그곳에 도자기 생산체계를 구축한다. 일본과 필리핀에 와 있던 포르투갈 상인들을 통해 도자기를 유럽에 팔아 큰돈을 거머쥐게 된다. 그리고 조선에 흥상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모반세력에 협력하고, 나중에는 그 움직임을 주도한다.

구체적이고 검증된 임진왜란 사료를 바탕으로 허구를 정밀하게 교직해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소설을 공동 창작한 것도 특이하다. 이경식·김동걸 지음, 일송북 출간.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