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국민의 기대치는 한껏 높아졌습니다. 특검 출범 2일째(12월 1일 목요일)인 오늘의 핫뉴스입니다.
# ‘속도전’ 의지 내비친 특검=박 특검은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4명의 특별검사보 인선은 이번 주내로 끝내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은 각 분야별 수사를 지휘할 특검보 4명을 둘 수 있습니다. 특검은 7년 이상 경력을 지닌 변호사 중에서 8명의 특검보 후보자를 선정해 대통령에게 임명을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대통령은 3일 이내에 이 중 4명을 특검보로 임명해야 합니다.
박 특검은 속전속결 의지도 밝혔습니다. “특검 준비 기간 20일을 다 채우는 것은 국민께 죄송한 일입니다. 가능한 한 빨리 수사에 착수하겠습니다.”
# 검찰 출신 후배인 총리에게서 받은 특검 임명장=박 특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로부터 임명장을 받았습니다(오후 1시40분). 총리가 특검 임명장을 준 것은 처음입니다. 그 전에는 모두 대통령이 수여했습니다. 이렇게 한 까닭은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대상이기 때문이라는 게 총리실 설명입니다. 초유의 사태를 맞아 새로운 기록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박 특검과 황 총리의 관계도 재미있습니다. 박 특검은 사법연수원 10기이고 황 총리는 13기라 박 특검이 연수원 3년 선배입니다. 게다가 박 특검이 2003년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으로 재직할 때 황 총리는 바로 밑의 동부지청 차장으로 근무했습니다. 검찰 출신 후배가 선배에게 임명장을 준 것입니다.
# 수사팀장 지명된 ‘돌아온 칼잡이’ 윤석열=임명장을 받은 직후 박 특검은 윤석열 검사를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파견해줄 것을 법무부와 검찰에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윤 검사는 여러 차례 고사하다 박 특검의 강권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특검법에는 ‘수사팀장’이란 공식 직함은 없습니다. 수사 실무를 책임지는 지휘탑의 개념입니다. 특검법상 파견검사의 수는 20명 이내이므로 윤 검사는 자신을 제외한 19명의 검사들을 지휘하게 됩니다. 실무적으로 수사 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게 되는 것이죠. 특검과 특검보 4명을 보좌하는 역할이기도 합니다. 지휘순서는 특검→특검보 4명→수사팀장→수사검사 19명, 이렇게 되는 것이죠.
당초 박 특검은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과의 인연이 부각되는 바람에 일각의 우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윤 검사를 수사팀장으로 지명하면서 이런 우려가 불식되고 국민적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됐습니다. 대체 윤 검사가 어떤 인물이기에 그렇게 된 걸까요.
# 윤석열은 누구…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윤 검사는 충암고,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91년 3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나이 31살 때이니 늦깎이 합격입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역임한 내로라하는 특수통입니다. 그리고 저돌적인 강골 검사입니다. 박 특검이 대검 중수부장으로 있던 시절에는 중수부 검찰연구관으로 함께하며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습니다.
이렇게 잘나가던 윤 검사는 박근혜정부 들어 비운의 주인공이 됩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국가정보원 정치·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맡을 특별수사팀의 팀장으로 2013년 4월 윤 검사(당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장)를 세웁니다. 그런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기소하도록 지휘한 채 총장이 현 정권에서 미운 털이 박혀 ‘혼외자 문제’로 낙마하면서 윤 검사의 불운이 시작됩니다.
윤 검사는 원세훈 전 원장의 구속 수사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무부가 막았습니다.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장 등 지휘부와 이견이 있게 되자 상부 보고 없이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고 자택 압수수색을 하는 등 항명 파동을 일으킵니다. 결국 팀장 직무에서 배제됩니다.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그는 “검사장의 외압이 있었다” 등의 폭탄발언을 하고 “나는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는 감찰에 넘겨져 ‘지시불이행’을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2014년 1월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됩니다. 2년 뒤인 올해 초에도 또다시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받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그런 그가 ‘특검팀의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해 박 대통령을 정조준하게 된 것입니다. 야권과 국민들이 열렬히 환호하는 이유입니다.
# 한풀이 수사?=일각에서는 윤 검사가 박 대통령에 대한 한풀이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박 특검은 “영화에나 나오는 얘기다. 복수 수사를 할 사람이면 뽑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러고는 “수사로 말하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습니다. 특검팀과 윤 검사의 수사를 조용히 지켜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보복을 할지, 정도를 갈지는.
이제 수사팀장이 영입된 만큼 국민들의 시선은 박 특검을 보좌할 특검보 인선으로 쏠립니다. 누가 될지 궁금합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