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의 ‘박근혜 특검’ 생생기록] 1. 역사적인 박영수 특검 출범… “대통령을 수사하라”

입력 2016-12-06 17:41
역사적인 특별검사(특검)가 떴습니다.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따른 것입니다. 한마디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본격적으로 파헤칠 특검입니다.

 역사적 소명의식을 지녀야 할 특검은 박영수(64) 전 서울고검장입니다. 박 특검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피의자인 현직 대통령을 수사합니다.

 이런 중차대한 사건을 맡은 특검팀의 일거수일투족을 전하기 위해 최장 수사기간 120일간의 주요 기록 등을 날짜별·시간대별로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특검 출범 첫날(2016년 11월 30일 수요일)의 이야기입니다.


박영수 특별검사. 뉴시스



# 대통령이 자신을 정조준할 ‘박영수 특검’ 임명=박근혜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이 추천한 특검 후보 2명 가운데 박 전 고검장을 특검으로 임명했다고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이 발표했습니다(오후 4시3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

정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본격적인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직접 조사에도 응해서 사건 경위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초의 대국민 약속과 달리 검찰 수사에 불응했던 대통령이 이번 특검 수사에는 성실히 응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의 박영수 특별검사 임명 발표. 청와대 사진기자단


# 박영수 특검은 누구=1952년생으로 제주 출신입니다. 서울 동성고,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78년 제20회 사법시험에 합격(사법연수원 10기)했습니다. 서울지검 강력부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등을 역임한 ‘강력통·특수통’입니다.

 김대중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냈습니다. 2009년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나 지금은 법무법인 ‘강남’의 대표변호사로 있습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낸 바 있어 박 대통령은 연달아 사정비서관 출신에게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습니다. 아이러니합니다.

 박 특검이 중수부장 시절(2005∼2007년) 직속 휘하의 수사기획관으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 ‘오른팔’ 격인 중수1과장으로 최재경 현 청와대 민정수석을 데리고 있었던 것도 묘한 인연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조성·횡령 등 대형수사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영수와 최재경이 근 10년 만에 ‘창과 방패’로 만났으니까요.

 채동욱은 박근혜정부의 눈 밖에 나 ‘혼외자’ 논란으로 검찰총장직에서 쫓겨난 건 다 아실 겁니다. 그래서 특검 후보 추천 과정에서 네티즌들로부터 1순위로 하마평에 올랐었죠.


30일 특별검사 임명 직후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박영수 특검. 뉴시스



# “특검은 국민주권의 명령이다”=박 특검은 서울 반포동에 있는 법무법인 ‘강남’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오후 4시45분). 먼저 ‘임명의 변’을 읽었습니다.

“국가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심정입니다. 주권자인 국민의 요구에 따른, 통치권자(대통령) 본인과 주변을 비롯한 국정 전반에 대한 수사이기 때문에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수사는 사실을 쫓고 그 사실에 법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저는 오로지 사실만을 바라보고 수사하겠습니다. 또한 결코 좌고우면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할 것입니다. 이 같은 ‘국민주권의 명령’에 따라 이번 특검 수사를 수행함에 있어서 몇 가지 입장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1. 일체의 사실관계에 대한 명백한 규명에 초점을 두되, 수사영역을 한정하거나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입니다.

1. 일체의 정파적 이해관계 역시 고려하지 않을 것입니다.

1. 수사진행 과정에서 특검 본인은 물론, 수사팀 전원이 국난극복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굳건한 인식 하에 맡은 바 성심을 다할 결심입니다.

1. 추후 수사팀 구성과 일정 확정 등의 후속 작업과정은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입니다.

보다 자세한 말씀은 특검팀이 구성되면 다시 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영수 특검은 30일 기자회견에서 특검 임명 소감을 밝힌 뒤 일문일답을 가졌다. 구성찬 기자



# 최재경 우병우와 가깝지 않나?=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도 재차 각오를 다짐했습니다.

최재경(54) 민정수석, 우병우(49) 전 민정수석, 우 수석과 막역한 최윤수(49) 전 서울중앙지검 3차장(현 국가정보원 2차장)과의 친분이 수사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검찰에 같이 근무했던 (단순한) 선후배 관계다. 전혀 영향 없다.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 “절대 그런 우려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제가 특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특검팀 구성의 주안점과 관련해선 “사명감 있고 수사를 제일 잘할 수 있는 검사와 수사관들로 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최장 120일간의 수사=이제 박 특검은 특검법에 따라 임명된 날로부터 최장 20일간의 준비기간에 각 분야 수사를 지휘할 특별검사보 4명, 파견검사 20명, 특별수사관 40명, 파견검사를 제외한 파견공무원 40명 등 최대 105명(특검 본인 포함)의 특검팀을 구성하게 됩니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팀과 국내외 취재진이 활동할 초대형 사무실도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작업이 끝나면 70일간 수사, 30일간 연장수사(대통령 승인) 등 준비기간을 포함해 최장 120일간 수사를 할 수 있습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