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차은택 씨를 만난 적이 없습니다. 제가 발이 넓은 사람이 아닌데다 제 작업 외엔 관심을 갖지 않아서요.”
안성수(54) 국립현대무용단 신임단장 겸 예술감독이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요즘 같은 시국에 국립현대무용단 단장을 맡는 것은 구설에 오르기 십상이지만 사명감 때문에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 1일 국립현대무용단 신임 단장에 안성수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를 임명했다. 지난 7월 안애순 전 단장의 임기가 끝났지만 문체부가 후임 단장을 임명하지 않자 그동안 신임 단장에 대한 이런저런 하마평이 오갔었다.
무용계에서 대부분 안 신임단장을 환영하는 가운데, 임명 전날 모 인터넷 매체가 단장으로 내정된 그와 차은택과의 관련설을 제기해 논란이 일었었다. 안 단장의 오랜 지인으로 여러 차례 함께 작업한 디자이너 정구호와 차은택과의 관련설이 지난달초 제기됐지만 이마저 오보로 판명됐었다. 안 신임단장은 “나는 무용계의 수많은 협회에도 가입한 적이 없다. 무용밖에 모르는 게 내 문제일지도 모르겠다”면서 “국립현대무용단의 행정에 대해선 국고 지원을 받는 국립단체의 정체성에 맞는 방향만 제시할 예정이다. (행정 실무는 사무국이 담당하고) 나는 무용수를 트레이닝하고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 신임단장은 미국 뉴욕 줄리어드 무용과를 졸업한 후 1999년부터 한예종에 재직해 왔다. 1992년부터 자신의 무용단 ‘안성수 픽업그룹’을 운영해 왔다. 음악과 움직임에 천착한 그의 안무 스타일은 정갈하면서도 따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앞으로 국립현대무용단 본연의 업무인 창작과 교류에 충실할 예정이다. 자신이 직접 안무하는 것 외에 국내 우수한 작품을 공연하고 해외에 소개할 계획”이라면서 “국립현대무용단에 상근 단원이 없기 때문에 우선 19~23일 오디션을 통해 15명의 무용수를 뽑을 예정이다. 현대무용, 발레, 한국무용의 3분법에 얽매이지 않고 좋은 무용수를 뽑겠다”고 말했다. 앞서 안애순 단장이 중점을 뒀지만 국립현대무용단에서 해야 하느냐는 지적을 받던 교육 프로그램은 폐지된다.
그의 안무 스타일은 과거엔 발레 테크닉을 바탕으로 움직임을 표현하는 등 현대무용 중에서도 다소 보수적인 편이었다. 하지만 움직임의 스펙트럼을 점점 넓혀가면서 최근엔 한국무용의 춤사위를 가미한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3년 국립무용단에서 안무한 ‘단’이나 올해 프랑스 샤요국립극장에서 공연한 ‘혼합’은 대표적이다.
그는 “해외에서는 한국의 전통에 관심이 많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작품을 해외에 선보일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최근 전통을 기반으로 한 컨템포러리를 지향하는 국립무용단과의 차별성에 대해 그는 “국립무용단은 한국무용을 오랫동안 습득해온 단원들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전통 춤사위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만든다면 내가 추구하는 국립현대무용단 작품은 전통 춤사위의 해체와 재구성, 현대무용과의 결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누구보다 ‘예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지만 “내 자신은 예술가라기보다는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2분 안에 작품을 전개시키지 않으면 관객이 외면한다는 ‘2분룰’을 가지고 있다”면서 “대중의 눈높이에 영합하는 작품을 만들어선 안되지만 현대무용도 관객에게 재미를 줘야 한다. 관객이 왜 현대무용을 보러 오지 않는지 우리 무용가들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