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태반주사, 감초주사, 백옥주사를 처방했다”고 증언한 이선우 청와대 의무실장이 6일 해명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 실장은 ‘청와대 의무실 참고자료’라는 제목으로 언론에 배포한 글에서 “태반주사, 감초주사, 백옥주사를 미용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며 “다양한 치료방법 중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겠다는 판단에 따라 주사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치료 방법이 적절하지 못했더라도 비난받아야 할 대상은 무슨 주사인지도 몰랐던 환자가 아니라 환자가 신뢰해 믿었던 의사”라며 “환자의 의료비밀을 보호하지 못하고 일부 누설한 것에 책임질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이 실장의 해명은 세가지로 해석된다. ①박 대통령은 주름살을 펴려고 태반주사, 감초주사, 백옥주사를 맞은 게 아니다 ②박 대통령은 무슨 주사제인지 모르고 맞았다 ③국회에서 한 말에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해명은 상식과 부합하지 않는다. 쉬지도 못하고 링거를 맞으면서도 서류를 검토하는 박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기 위해 태반주사, 감초주사, 백옥주사를 처방했다는 설명에 동의하는 의사는 없다.
태반주사는 피부 미백·보습, 잔주름 개선 같은 노화방지를 위해 개발된 주사제다. 백옥주사는 이름 그대로 미백효과 때문에 맞는다. “과로 때문에 몸살이 나고 아파 성형외과 간다”고 말하는 격이다.
박 대통령이 무슨 주사를 맞는지 몰랐다는 해명은 심각하다. 2014년 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8개월동안 청와대가 구입한 많은 양의 주사제 중 태반주사제만 150개다.
이 실장은 이 주사를 맞은 사람은 박 대통령 뿐이라고 했다. 이 실장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은 이렇게 많은 주사를 맞으면서 무슨 주사를 맞는지도 몰랐다는 의미가 된다.
SNS에는 이 실장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책임질 각오가 돼 있다는 말이 국민에게 한 것인지, 박 대통령에게 한 것인지 분명히 하라는 글도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마루타였다’ ‘군인은 명예로 산다’는 댓글이 날카롭다.
[청와대 의무실 참고 자료]
지난 12월5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에 의무실장 신분으로 출석하여 발언한 내용 가운데 ‘대통령님께 처방한 주사제’ 관련하여 사실 관계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날 국조특위에서 밝혔듯이 태반주사와 감초주사, 백옥주사를 미용목적으로 결단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하나의 약은 여러 가지 적응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사는 환자의 증상 치유를 위해 다양한 치료 방법 중 자신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최선의 치료를 결정하여 환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의료적 판단에 따라 주사제를 사용하였을 뿐입니다.
대통령님 주치의를 비롯한 청와대 의료진 모두는 오로지 환자의 건강관리와 치료 목적에 맞게 약을 처방하였으며 맡겨진 본분에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설령 치료 방법이 적절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비난받아야 할 대상은 무슨 주사인지도 몰랐던 환자가 아니라 환자가 신뢰하여 믿고 맡겼던 의사에게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대통령께서는 갱년기를 넘긴 여성입니다. 청와대 의료진은 대통령님의 건강관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휴식을 취해야만 한다고 제안하였으나 이를 실현하기는 매우 어려웠습니다. 심지어 수액을 맞는 동안에도 서류를 챙겨서 보실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어떤 의료인이라도 최선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저는 의사로서의 신념과 소신을 지키며 청와대 의무실장으로 소임을 다해왔습니다. 그런데 국조특위에서 발언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의료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에서 갈등하였지만 결국 환자의 의료비밀을 보호하지 못하고 일부를 누설하였습니다. 생명처럼 여겨야 하는 환자의 의료비밀을 누설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질 각오가 되어 있음을 밝힙니다. 청와대 의무실장
고승욱 기자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