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민주당의 앨 고어 전 부통령 면담…이방카도 고어 만나

입력 2016-12-06 09:4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5일(현지시간)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앨 고어 전 부통령을 만났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주장하고 파리기후협약을 폐기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당선 직후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는 “기후변화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해 태도변화를 시사했다.고어 전 부통령은 이날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부녀와 연쇄 면담을 마친 뒤 “장시간에 걸쳐 매우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공통점을 찾기 위한 진지한 탐색이었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고어는 2000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됐지만 공화당 후보 조지 W 부시(아들 부시)에게 패했다. 이후 지구온난화 대책을 호소하는 기후변화 전도사로 변신했다. 고어는 그 공로로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특히 이날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가 고어 전 부통령을 먼저 만나 별도로 대화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이방카는 최근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다룬 다큐멘터리 ‘홍수 이전’을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로부터 전달받아 관람하는 등 기후변화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또 가족 중에서 아버지 트럼프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큰 인물이라는 점에서 차기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 기조가 달라질지 주목된다. 이날 고어를 아버지 트럼프와 만나도록 주선한 것도 이방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어와 디카프리오는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다.
다만, 트럼프와 이방카가 고어를 만났다고 해서 차기 행정부가 기후변화에 적극 나설 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 당선인 주변에는 기후변화에 부정적인 화석연료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참모들이 적지 않게 포진해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공화당 경선 라이벌이었던 신경외과의사 출신 벤 카슨을 주택도시개발부장관으로 지명했다. 카슨은 트럼프 행정부에 참여하는 첫 흑인 정치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성명을 내고 “카슨과 도시 지역의 활성화와 경제 부흥에 대해 긴 시간 대화를 나눴다”며 “카슨은 공동체와 가족들을 더 강하게 만드는 일에 열정을 갖고 있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주택도시개발부는 주거환경개선과 도시개발계획,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정책마련, 저소득가정을 위한 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곳이다.
카슨은 싱글맘 밑에서 자라 예일대학을 졸업한 뒤 미시간 의대를 거쳐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최연소 소아신경과장이 된 인물로 세계 최초로 머리가 붙은 샴쌍둥이 분리 수술에 성공해 명성을 얻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